기사 메일전송
개그민 장동민 이러다 망하나?... 투명페트 분리배출 6년의 허탈
  • 허재은 동물 & 환경 전문기자
  • 등록 2025-12-20 11:48:44
  • 수정 2025-12-20 11:49:16
기사수정
  • 분리했는데 섞였다” 수거·운반 단계에서 무너진 취지
  • 보틀투보틀 목표와 전용설비 부족, 6년의 간극
  • 혼합수거도 가능해진 기술…정책은 기준을 바꾸는 중


“라벨 떼고 따로 버려도 결국 섞였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6년, ‘백지화’ 논란의 진짜 쟁점

투명(무색) 페트병을 씻고 라벨을 떼어 전용 수거함에 넣는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 6년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가 제도 ‘백지화’까지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시민이 분리해도 수거 단계에서 다시 섞인다”는 허탈감이, 정책 당국은 “기술·시장 여건 변화에 맞춰 제도를 재설계할 시점”이라는 논리가 맞선다.


“분리배출은 시민 몫, 혼합수거는 현실”…정책 신뢰를 깎은 ‘중간 단계’

이번 논란의 도화선은 ‘배출’이 아니라 ‘수거·운반’이다. 시민이 무색 페트병을 별도로 모아도, 일부 현장에선 수거 차량 적재함에서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실리며 혼합되는 장면이 취재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현장 주민들은 “라벨을 떼든 말든 결국 한데 섞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혼합수거’ 문제 자체는 새삼스러운 지적이 아니다. 정부도 과거 “공동주택에서 별도배출된 투명페트병을 재혼합해 수거하지 말아 달라”며 주택관리 업계에 협조를 요청하고, 지자체와 합동으로 혼합수거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2020년 12월 시작된 제도, 목표는 ‘보틀 투 보틀’이었다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제도의 방향은 단순히 “잘 분리해 버리자”가 아니라, 고품질 재생원료를 확보해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이 되는 ‘닫힌 고리(Closed loop)’ 재활용(보틀 투 보틀)을 늘리자는 데 있었다. 

문제는 그 ‘닫힌 고리’를 돌리려면 배출 뒤에 이어지는 수거·선별·세척 공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2년 2월 24일 ‘식품용기 재생원료 기준’을 고시하며, 식품용 재생원료를 만들려면 광학선별 등 설비를 갖추고, 다른 플라스틱과 혼합되지 않게 수거·운반된 투명 페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했다. 


“전용 라인 부족” 지적…설계는 앞섰고, 현장은 따라오지 못했다

정책 설계는 고도화됐지만, 선별장·수거 체계가 충분히 따라왔느냐는 별개 문제였다. 시민단체들은 “별도 선별시설이 10%대에 그친다”는 취지로 제도 실효성을 문제 삼아 왔다. 

이번 논란도 같은 지점에서 폭발했다. 정부·업계가 전용 라인을 전제로 고품질 재활용을 이야기해 왔지만, 실제로는 ‘중간 단계(수거·선별)’에서 경제성·공간·인허가·인력 문제로 투자가 지연되면서, 시민의 분리배출 노력과 결과물(고품질 원료) 사이가 끊겼다는 비판이다. 



기술이 판을 흔들었다…“혼합수거에서도 가능”으로 정책이 이동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 기술 변화가 더해졌다. 2024년 2월 8일 환경부는 ‘식품용기 사용 재생원료 기준’ 개정안 행정예고를 통해,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강화된 시설·운영 기준을 충족하면 “다른 플라스틱과 혼합 배출(혼합수거)된 투명 페트병”도 식품용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식품 안전성 측면에서도 제도적 기반이 다져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1월 17일, 투명 폐페트병을 물리적으로 재생한 원료(PET)를 식품용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즉, 최근 정책 논의는 “분리배출만이 답”에서 “혼합수거라도 고도 선별·세척으로 기준을 맞추면 된다”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변화가 “그럼 시민에게 라벨을 떼라며 고생시키는 방식이 꼭 필요했나”라는 반문으로 이어진다. 


‘백지화’가 곧 ‘손 놓기’는 아니다…2026년부터 ‘재생원료 10%’ 의무화

정부가 분리배출 제도 조정(백지화 포함)을 검토하더라도, 정책의 큰 방향이 ‘재활용 후퇴’로 단정되긴 어렵다. 오히려 수요를 강제로 만들어 닫힌 고리를 돌리겠다는 장치가 이미 가동된다.

환경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연간 5천 톤 이상 페트병을 사용하는 먹는샘물·비알코올 음료 제조업체에 대해 무색 페트병에 재생원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며, 2026년 의무사용률은 10%가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도는 2030년까지 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의무율을 상향(10%→30%)하는 방향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라벨 떼기’는 정말 끝날까…무라벨·원터치 분리 기술이 던지는 질문

라벨 분리의 부담을 줄이려는 흐름도 병행된다. 정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먹는샘물 무라벨 제품 제조를 시행한다고 밝혔고, 이는 분리배출 편의성 개선과 플라스틱 감축을 목표로 한다. 

한편 ‘뚜껑을 돌리면 라벨이 함께 분리되는’ 장동민 씨의 아이디어는 특허(제10-2354257호)로 소개된 바 있다. 다만 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라벨·접착제 등 이물질을 줄이는 설계는 선별·세척 비용과 오염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과 맞닿아 있어, “기술이 무용지물”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백지화든 존치든 “현장 수거·선별부터 다시”가 관건

정책의 결론이 ‘백지화’(전면 폐지)든 ‘보완 유지’든, 핵심은 하나다. 시민에게 요구한 분리배출이 실제 자원순환 성과로 이어지려면, 수거·운반·선별의 체계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측도 국회 토론회 등에서 “완결 시점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개선 대안을 내년 상반기에 제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보도됐다. 

결국 다음 단계는 ▲혼합수거 실태의 공식적·정기적 공개 ▲계약·단가 구조에서 ‘따로 수거할 유인’ 설계 ▲선별장 시설 투자 로드맵(지자체·민간 역할 분담) ▲재생원료 의무사용(수요)과 원료 품질관리(공급)의 동시 강화로 압축된다. 정책은 “국민의 협조”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중간 단계’가 움직여야 한다.

1
LG스마트 TV
갤럭시 북 5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