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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미쳤다, 근데 가격은 더 미쳤다... 삼성 3단 폴더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 출시
  • 김상우 IT & 기술 전문기자
  • 등록 2025-12-02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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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인치 바 타입에서 10인치 태블릿으로 변신하는 삼성 첫 3단 폴더블
  • 내구성 강화한 인폴딩 3단 구조에 5,600mAh 배터리·스냅드래곤 8 엘리트 탑재
  • 359만 400원, 연 20만 대 안팎 생산… 대중형이 아닌 기술 쇼케이스 성격 짙어


태블릿을 품은 첫 ‘3단 폰’… 삼성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여는 모바일 2막

삼성전자가 마침내 두 번 접히는 ‘3단 폰’을 공개했다. 이름은 ‘갤럭시 Z 트라이폴드(Galaxy Z TriFold)’. 접으면 6.5인치 바(bar) 타입 스마트폰, 펼치면 10인치 태블릿이 되는 이 독특한 폼팩터는, 폴더블 시장 주도권을 굳히려는 삼성의 기술·브랜드 선언에 가깝다.

국내 출시는 12월 12일, 출고가는 359만 400원.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대만·싱가포르·UAE 등에는 2025년 안에 순차 출시되며, 미국 출시는 2026년 1분기로 예고됐다. 국내 모델은 16GB 램과 512GB 저장공간, ‘크래프티드 블랙’ 단일 색상으로만 판매된다.



10인치로 펼쳐지는 3단 디스플레이, 12.9mm·309g에 담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안으로 두 번 접히는 인폴딩(in-folding) 구조의 세 개 패널로 구성된다. 완전히 펼쳤을 때는 10.0인치 QXGA+ 해상도(2160×1584)의 다이내믹 AMOLED 2X 디스플레이가 나타나고, 120Hz 가변 주사율을 지원한다. 접었을 때는 6.5인치 FHD+(21:9 비율) 커버 디스플레이를 통해 일반 바 타입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은 이 제품을 두고 “펼쳤을 때 가장 얇은 지점 3.9mm, 접었을 때 약 12.9mm, 무게 309g”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3단 폼팩터인 화웨이 ‘메이트 XT’(접었을 때 12.8mm, 298g)와 비교하면 체급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외관 재질에도 공을 들였다. 힌지 하우징에는 티타늄을, 프레임에는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일명 ‘어드밴스드 아머 알루미늄’)을 적용했고, 후면에는 세라믹·글라스 섬유 강화 폴리머 소재를 사용했다. 방수는 IP48 등급으로, 물 튐·빗물 등에는 대응하지만 먼지에 대해 완전 밀폐 수준은 아니다. 구조적 한계를 감안한 ‘현실적 타협’에 가깝다.

후면 카메라는 2억 화소 광각, 1,200만 화소 초광각, 1,000만 화소 3배 망원으로 구성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고, 커버·내부에는 각각 1,000만 화소 셀피 카메라를 배치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스펙 기준으로 보면, 삼성은 트라이폴드에 S펜 호환 여부를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폴더블 라인업인 갤럭시 Z 폴드가 한때 ‘노트 대체’와 S펜 경험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달리, 이번 제품은 펜보다 화면과 멀티태스킹에 무게를 둔 기기로 읽힌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5,600mAh 3셀… “삼성 폴더블 최대 배터리”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모바일 플랫폼 포 갤럭시(Snapdragon 8 Elite for Galaxy)’ 칩셋을 탑재했다. 국내 판매 모델은 16GB 램과 512GB 저장공간 조합이 기본 구성이다.

배터리는 총 5,600mAh 용량으로, 삼성 폴더블 가운데 가장 큰 배터리다. 세 개의 패널에 3셀 구조로 분산 배치해 무게 균형을 맞추면서도 하루 사용을 목표로 설계했다. 유선 45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삼성은 발열과 효율을 고려한 충전 최적화를 강조한다.

내부 디스플레이에는 강화 오버코트와 충격 흡수 레이어를 더해 내구성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한다. 두 개의 힌지는 듀얼 레일 구조로 배치해 세 패널의 하중을 분산시키고, 접었을 때 화면 주름과 틈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멀티윈도·DeX 단독 모드… 스마트폰을 ‘AI 작업 기기’로

삼성은 이번 제품을 단순한 하드웨어 쇼케이스가 아니라, “AI 시대에 최적화된 생산성 도구”로 포지셔닝한다. 핵심은 대화면·멀티태스킹·DeX·갤럭시 AI의 결합이다.

10인치 메인 화면에서는 최대 세 개의 앱을 세로로 나란히 띄워 사용할 수 있는 멀티윈도 기능이 제공된다. 사실상 6.5인치 스마트폰 화면 세 개가 한 번에 돌아가는 구조로, 한 화면에 문서·웹·메신저를 동시에 띄워두는 시나리오를 전면에 내세운다.

삼성 DeX도 차별점이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외부 모니터 없이 기기 자체에서 데스크톱 스타일 UI를 제공하는 태블릿 버전 DeX를 지원한다. 작업 표시줄과 창 형태의 앱 배열을 통해, 노트북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여러 개의 가상 작업 공간을 만들어 앱을 분산 배치할 수 있어, ‘주머니 속 간이 PC’에 더 가까운 사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여기에 갤럭시 AI 기능이 더해진다. 웹페이지 요약·번역, 이미지 생성·편집, 문서 작성 보조 등 기존 갤럭시 AI 기능이 대화면 멀티태스킹 UI에 맞게 최적화되며, 일부 시장에서는 구글 제미나이(Gemini) 기반 실시간 대화형 기능과의 결합도 강조된다. 삼성은 “단순히 크게 보는 폰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작업 기기”라는 메시지에 힘을 주고 있다.



359만 원에 연 20만 대 안팎… 볼륨보다 ‘쇼케이스’에 가까운 전략

359만 400원이라는 가격은 일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넘어, 중상급 노트북과 태블릿을 합친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25년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을 약 1,980만 대, 전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6%로 전망한다. 폴더블이 여전히 ‘틈새 시장’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2026년 폴더블폰 판매 목표를 700만 대로 잡고 있으며, 2025년에는 600만 대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이 가운데 트라이폴드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을 상대적으로 작게 보며, 첫해 생산 물량을 약 20만 대 안팎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나온다.

출시 전 일부 보고서는 초기 생산 계획이 20만 대 수준에서 5만 대 안팎으로 축소되고, 판매 지역도 한국·중국 등 일부 시장에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계획을 보면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대만·싱가포르·UAE, 그리고 2026년 초 미국까지 포함해, ‘소량·소지역 한정’만으로 보긴 어려운 구도다.

한편 로이터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삼성의 폴더블 스마트폰 점유율은 64%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삼성이 3단 폼팩터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것은 “폴더블=삼성”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화웨이·애플 사이에서, 폼팩터 전쟁 2막의 신호탄

경쟁 구도에서도 트라이폴드는 의미가 작지 않다. 화웨이는 2024년 인폴딩·아웃폴딩 구조를 혼합한 3단 폴더블 ‘메이트 XT’를 중국 시장에 내놓으며 선제 공격에 나섰다. 업계에선 이 제품의 2024년 출하량을 50만~100만 대 수준으로 추정한다.

삼성은 이에 맞서 인폴딩 3단 구조에 집중해 내구성과 완성도를 앞세우는 전략을 택했다. 애플은 아직 폴더블·트라이폴드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카운터포인트와 여러 리서치 기관은 2027년 전후로 첫 폴더블 아이폰이 등장할 경우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결국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폴더블 1막(한 번 접는 북 타입 폰)”에서 “2막(다중 힌지와 다양한 폼팩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삼성이 던진 승부수다. 시장 자체는 아직 작지만, 이 구간에서 사용자 경험과 신뢰도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향후 대중화 단계의 판도가 갈릴 수 있다.



기대와 숙제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분명 의미 있는 첫 발이다. 동시에, 넘어야 할 숙제도 분명하다.

첫째, 사용자 경험의 설득력이다. 359만 원이라는 가격은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을 따로 사는 것과 맞먹는다. 실제 구매 순간에는 “이 폼팩터가 내 업무와 일상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필요하다. 멀티윈도, DeX, 갤럭시 AI가 기존 PC·태블릿 워크플로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치환하는지가 핵심이다.

둘째, 내구성과 A/S 신뢰다. 두 번 접히는 1세대 제품인 만큼, 힌지 내구성·화면 주름·예상치 못한 고장 패턴은 실제 사용자들이 겪으며 드러날 수밖에 없다. 삼성은 강화된 구조와 폴더블 전용 케어 프로그램을 내세우지만, 진짜 평가는 1~2년 실사용 데이터가 쌓인 뒤에야 내려질 것이다.

셋째, 앱 생태계와 최적화 문제다. 삼성 기본 앱과 일부 생산성 앱은 이미 3단 대화면과 멀티윈도에 맞춰 최적화돼 있지만, 서드파티 앱이 얼마나 빠르게 여기에 맞출지는 아직 미지수다. 10인치 화면을 세로로 나눠도 비율 깨짐 없이 자연스럽게 동작하는 앱이 늘어날수록, 트라이폴드의 존재 이유도 뚜렷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S펜 부재의 아쉬움도 남는다. 이 정도 크기의 화면과 멀티태스킹을 앞세운 기기에서 펜 입력이 빠져 있다는 점은, 필기·드로잉 위주 사용자에게는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다. 차기 세대에서 폼팩터 안정성을 확보한 뒤 펜 지원까지 더해질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갤럭시 Z 트라이폴드는 모두를 위한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삼성이 그리고 있는 모바일의 미래를 가장 먼저 체험해 보고 싶은 사용자”를 위한 기기다. 폴더블 2막의 시작점에 선 이 실험이, 향후 몇 년 안에 더 대중적인 가격과 완성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공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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