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애완’이 아니라 ‘가족’으로 불린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약 1,54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달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도 591만 가구, 전체 가구의 26.7% 수준이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통계가 말해주듯, 반려동물은 이제 특정 세대나 취향을 넘어 전국적인 생활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른바 ‘펫팸족(pet+family)’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반려동물은 어떤 종류일까.
전체 반려동물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키워지는 반려견은 약 546만 마리에 달한다. 개를 기르는 가구 수도 455만 가구로, 전체 반려 가구의 77% 이상을 차지한다.
뒤를 잇는 건 ‘고양이’다. 국내 반려묘는 217만 마리로 집계됐으며,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 수는 137만 가구다. 비중으로는 개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특히 1~2인 가구에서 고양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반려묘 양육 비중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품종별 비중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드러난다. 가장 많이 기르는 반려견 품종은 몰티즈로 전체의 20.4%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국민 강아지’로 불릴 만큼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품종답다.
2위는 푸들(18.9%), 3위는 믹스견(15.1%)이었다. 포메라니안(12.8%)과 비숑프리제(7.0%)도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이어 치와와(5.3%)와 시추(5.1%)가 뒤를 이었다. 이 순위만 보더라도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강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아파트 환경에 적응하기 좋은 소형견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려묘의 경우 품종 비중은 더욱 극명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고양이는 코리안숏헤어(코숏)로, 전체 반려묘의 44.7%에 달한다. 코숏은 특정 품종 고양이가 아니라 토종 잡종묘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강인한 생명력과 다양한 외모 덕분에 오히려 가장 친근한 고양이로 자리잡았다.
2위는 러시안블루(12.8%), 3위는 페르시안(9.6%)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브리티시숏헤어, 샴, 스코티시폴드 등이 뒤를 잇지만, 코숏의 존재감에 비하면 미미하다.
왜 개와 고양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첫째로 ‘정서적 교감’을 꼽는다. 개는 충성심과 애교로 가족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쉽고, 고양이는 독립적이면서도 따뜻한 교감을 제공한다. 둘째로 양육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의 아파트 문화는 대형견보다는 소형견, 그리고 고양이에게 유리한 구조다. 셋째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도 한몫한다. 사료, 간식, 장난감, 의료 서비스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부담이 과거보다 줄었다.
보고서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통계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류의 반려동물도 꾸준히 길러지고 있다. 열대어를 포함한 관상어, 햄스터·토끼·기니피그 같은 소동물, 앵무새·잉꼬 같은 조류, 그리고 거북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까지 다양하다. 다만 이들은 개·고양이에 비해 비중이 낮아, 종합 조사에서는 ‘기타 반려동물’로 묶이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색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SNS를 통해 고슴도치, 페럿 같은 동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작지만 특별한 반려동물’을 기르려는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결국 통계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몰티즈와 코숏이 1위를 차지한다는 건, 단순히 인기 품종이라는 의미를 넘어, 도시 문화와 가족 구조 변화, 사회적 정서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고, 함께 삶을 공유하는 동반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반려동물의 수가 아니라 그 삶의 질이다. ‘얼마나 많이 기르는가’에서 ‘어떻게 잘 기르는가’로 초점이 이동하는 순간, 반려동물 문화는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