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은 지난 9월 16일,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로부터 대선 지원 명목으로 1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은 구속 이후 18일 첫 소환 조사를 진행했으며, 약 3시간 만에 조사가 끝났다. 그리고 23일, 두 번째 소환이 예정돼 있었지만 권 전 의원은 “이미 구속 전후로 충분히 진술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구속 수사의 본질이 ‘피의자를 통제하고 조사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속 상태에서도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구속됐다면 검찰이 요구하는 대로 조사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상식적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헌법은 모든 피의자에게 진술 거부권을 보장한다. 따라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새로운 범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권 의원 역시 이 권리를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실제 적용에서 나타난 차이다. 일반 피의자가 조사 요구를 거부하면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하거나 구속 기간 연장 등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권 핵심 인사들은 그 불이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법은 같지만, 그 법의 무게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검찰과 특검이 권력자들의 불출석을 강제로 제재하지 못하는 데에는 정치적 이유가 크다. 여당 중진 의원을 강제로 조사하거나 재차 구인하는 것은 정치 지형 전체에 파문을 일으킨다.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하다 보면, 법적 원칙은 후순위로 밀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도 떠오른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된 이후에도, 진술이나 소환 요구에 불응하거나 출석을 거부해 왔다. 이런 전례가 권성동 사례와 맞물리며 “권력자만 가능한 불출석”이라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구속은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고 조사를 강제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권 의원의 불출석은 구속의 실질을 약화시킨다. 구속돼도 원하는 대로 조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면, 구속이 가진 강제성은 사라진다. 이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운영의 허점을 드러내는 사건이다.
특검은 다음 달 5일 구속 만료 전까지 권 의원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의 불출석은 조사 일정 전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결국 법의 권위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특검 수사의 신뢰성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