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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섬은 왜 그럴까?... ‘대한민국의 두바이’가 왜 이렇게 됐을까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9-13 19:44:27
  • 수정 2025-09-13 2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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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레저의 꿈, 현실은 공실의 섬
  • 200만 명 청사진, 87% 공실의 현실
  • 치적 사업의 그림자, 거북섬의 몰락


거북섬은 왜 그럴까?

시흥, 어느 봄날 – 상가 유리창에는 불빛 대신 ‘임대 문의’ 전단지만 붙어 있다. 주말 오후임에도 거리는 적막하고, 몇몇 가게만 간신히 불을 밝히고 있다. 한때 ‘해양레저의 메카’를 꿈꿨던 거북섬의 현실은 이렇다.


‘유령 섬’이 된 개발지

경기도 시흥시 시화호 간척지에 만들어진 인공섬 거북섬. 약 32만㎡ 규모로, 해양레저 복합단지를 표방하며 개발된 이곳에는 세계 최대급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 마리나 시설, 상가,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등이 들어섰다. 사업 초기에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겠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2025년 들어 거북섬을 찾으면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통계를 보면 올 1월 기준 상가 약 3,253개 점포 가운데 87%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부 건물에서는 임대 문의 전화번호만 줄지어 붙어 있고, 불이 켜진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 추정으로는 상가 미분양률이 90%에 육박하면서, 현장은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생활형 숙박시설 역시 미분양률이 40~50% 수준에 이른다”며 “투자자들이 대출 이자만 갚으며 버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16억 원에 분양받은 상가가 3억 원에 급매로 나왔다”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무엇이 거북섬을 멈추게 했나

문제의 핵심은 과도한 수요 예측이다. 개발 초기, 서핑·해양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는 가정 아래 상업·숙박시설이 대규모로 공급됐다. 하지만 국내 레저 인구는 기대만큼 빠르게 늘지 않았고, 기존 강원·동해 지역 서핑 명소와의 경쟁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입지와 접근성도 한계로 지적된다. 도로 교통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고, 대중교통 연결성도 부족하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방문객들에게도 주차 편의가 떨어진다는 불만이 잇따른다. 핵심 시설인 웨이브파크는 일정 수요를 모으고 있지만, 주변 상권으로까지 효과가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사업 구조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개발 과정에서 민간 시행사와 지자체가 얽히며 계획이 수차례 바뀌었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공약이 개입되면서 ‘치적 사업’ 논란이 불거졌다.그 과정에서 민간 시행사 대원플러스건설이 사업으로 800억 원 이상 이익을 거둔 반면, 투자자와 상인들은 손실을 떠안았다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라는 외부 변수가 겹쳤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양 시장은 더 얼어붙었고 공실은 장기화됐다.



숫자와 현실의 괴리

결국 거북섬은 잘못된 예측, 부족한 인프라, 정책의 일관성 부재, 외부 경제 여건 악화가 겹쳐 실패에 가까운 상황에 놓였다. “연간 200만 명 방문”이라는 청사진은 아직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고, 투자자와 상인, 주민 모두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불신 속에 남아 있다.


 재생의 길은 있는가

단기적으로는 공실률이 당분간 유지되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핵심 시설인 웨이브파크와 마리나 같은 자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교통망 보완과 마케팅 전략 전환, 유휴 공간의 복합 활용”이 뒤따른다면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비어 있는 상가를 팝업스토어·문화 공간으로 전환하거나,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체류형 관광지로 재포지셔닝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차원의 세제 혜택, 임대료 유연성 확보 같은 지원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투명성’이다. 사업 주체, 투자자, 시민에게 동일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거북섬은 한때 ‘대한민국의 두바이’를 꿈꾸며 떠들썩하게 등장했지만, 지금은 ‘유령섬’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섬이 완전히 실패로 기록될지, 아니면 재도약의 사례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내놓는 순간이 거북섬의 미래를 바꿀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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