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헹크 소속 공격수 오현규(23)의 독일 분데스리가 도전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유럽 현지 매체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오현규와 슈투트가르트 간 이적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메디컬 테스트에서의 불합격 판정과 양 구단 간 이적료 이견이 겹치며 협상은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오현규의 이적은 이적시장 막판까지 급물살을 탔다. 헹크와 슈투트가르트는 구두 합의 직전까지 갔으며, 현지 언론은 이미 이적이 성사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가 요구한 메디컬 테스트가 마지막 고비였다.
테스트 과정에서 과거 십자인대 부상 이력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현규는 약 9년 전 십자인대 파열로 장기간 재활을 거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완전히 회복해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으나, 분데스리가 구단은 과거의 중대 부상 이력을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이전에도 브라질 출신 수비수 디디 영입 당시 메디컬 검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이후 곧바로 수술에 들어간 사례가 있었다. 이 경험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오현규 선수 SNS 캡쳐
이적료를 두고서도 양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슈투트가르트는 약 2,000만 유로 수준의 이적료를 원했지만, 헹크는 2,800만 유로 이상을 요구했다. 오현규의 잠재력과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한 헹크의 요구였으나, 슈투트가르트는 과거 부상 이력과 리스크를 이유로 과도한 금액 지출에 난색을 보였다. 결국 협상 테이블은 메디컬 문제와 더불어 이적료 문제까지 겹치면서 파국을 맞았다.
이적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은 A매치 기간과 겹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소집을 준비 중이었으나, 오현규가 독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합류 일정이 하루 늦춰졌다. 대표팀은 오현규의 상황을 지켜보며 유연하게 대응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적 무산이 확정되면서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진 셈이 됐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전력 손실은 아니지만, 심리적 부담을 안고 합류하게 된 오현규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상황이 선수 본인뿐 아니라 대표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적 무산으로 오현규는 당분간 헹크에 잔류한다. 헹크는 이번 시즌 유럽 대항전과 리그를 병행하는 상황이라 오현규가 여전히 중요한 공격 자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헹크 역시 높은 이적료를 제시하며 오현규 매각 의지를 보였던 만큼, 향후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축구 전문 매체들은 오현규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와 경기력 증명을 이어간다면, 슈투트가르트를 비롯한 다른 빅리그 구단들이 다시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 여름 이적은 실패로 끝났지만, 오히려 다음 이적시장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현규 선수 SNS 캡쳐
선수 본인에게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분데스리가 명문팀 이적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서 무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이적시장에서는 메디컬 테스트 탈락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히 과거 부상이 있던 선수들의 경우, 구단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한다. 어떤 팀은 위험을 감수하고 영입하지만, 또 다른 팀은 같은 부상을 이유로 영입을 철회한다.
오현규의 이번 무산은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 심리적 충격을 극복하고, 시즌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증명한다면 향후 기회는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축구 이적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다시 보여준다. 실력과 잠재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건강 상태와 구단의 리스크 관리 기준까지 충족해야 한다. 헹크는 당장 전력 손실을 피했고, 슈투트가르트는 리스크를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잃은 것은 선수 본인의 기회였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오현규는 경기장에서 건강과 기량을 동시에 입증해야 한다. 분데스리가 도전은 당장은 좌절됐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열려 있다. 관건은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유럽 빅리그 무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