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9월 2일, 탬파베이가 내야수 김하성을 웨이버(방출) 공시했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클레임을 걸어 계약을 승계했다. 시즌 내내 부상과 재활로 시달리던 김하성은 탬파베이에서 단 24경기만 소화한 뒤 새로운 팀으로 향하게 됐다. 애틀랜타는 중견 내야 보강 차원에서 김하성을 품었다.
한국 언론에서 흔히 쓰는 ‘방출’이라는 표현은 메이저리그의 웨이버 절차를 포괄한다. 구단이 40인 로스터에서 선수를 빼기 위해 웨이버에 올리면, 다른 구단이 영입 의사(클레임)를 표시해 기존 계약 조건을 그대로 떠안는다. 누군가가 클레임하면 선수는 곧바로 새 팀 소속이 된다. 김하성의 경우도 이 절차로 애틀랜타로 이동했고, 계약과 잔여 연봉이 그대로 승계된다.
김하성은 지난 겨울 샌디에이고와 작별하고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구조상 2026년 1,600만 달러 선수 옵션(선택권)이 붙어 첫해 활약 여부에 따라 ‘재도약→옵트아웃’ 혹은 ‘잔류’가 갈리는 형태였다. 그러나 어깨 수술 여파와 허리 염증, 햄스트링·종아리 문제까지 겹치며 2025시즌 출전은 24경기에 그쳤고, 타율 .214에 머물렀다. 팀 역사에서도 상위권 규모의 계약이었지만 기대 회복 전선이 더뎠고, 9월 로스터 재편 국면에서 과감히 웨이버 카드가 꺼내졌다.
김하성 선수 SNS캡쳐
애틀랜타의 계산: ‘지금’보다 ‘내년’까지 본 승부수
애틀랜타는 올 시즌 미들 인필드가 흔들렸다. 당장 포스트시즌 경쟁과 내년 전력 복원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비력과 멀티 포지션이 검증된 김하성은 저위험·중고수(옵션 포함) 베팅이 된다. 애틀랜타는 올 시즌 잔여 연봉 약 200만 달러와 2026년 1,600만 달러 선수 옵션이 걸린 계약을 그대로 떠안는다. 로스터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부상자 명단 조정 등도 병행했다. 팀은 “미들 인필드를 안정시키고 내년 구성을 미리 점검한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김하성의 곡선은 가팔랐다. 샌디에이고 시절 그는 2023년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팀 내 최고 가치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2024시즌 종료 후에는 9자리(1억 달러) 규모 계약 후보로 거론됐지만, 어깨 수술과 이어진 잔부상이 시장 평가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올겨울 탬파베이의 2년 계약은 ‘건강 회복→가치 회복’의 교두보였지만, 현실은 웨이버를 통한 이적이었다.
9월 1일 메이저리그는 로스터가 26명에서 28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40인 로스터 운용은 여전히 치열하다. 탬파베이는 불펜 수혈과 외야 뎁스 보강을 병행하는 와중에, 장기 재활→단기 복귀가 불투명한 김하성 대신 즉시 전력 자원을 택했다. 웨이버 공시는 선수의 잔여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우선순위 조정일 수 있다. 애틀랜타가 곧바로 클레임에 나선 사실은 시장의 기본 평판이 여전히 긍정적임을 방증한다.
김하성 선수 SNS캡쳐
애틀랜타는 단기적으로는 대수비·대주자·후반 교체 카드로, 상황에 따라 유격수 혹은 2루수 선발 기회를 열어둘 전망이다. 김하성의 수비 범위와 포지션 유연성은 팀 운영에 큰 도움을 준다. 타격은 건강과 타이밍 회복이 관건. 지난 몇 해 동안 김하성이 보여준 선구안과 공 끌고 가는 능력은 살아있다는 평가가 많다. 시즌 막판의 소규모 표본이더라도, 구단은 2026년 옵션 행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테스트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현지 분석에서도 김하성이 건강할 경우 2~4 WAR급 업사이드가 거론된다.
시나리오는 단순하다. 애틀랜타에서 타격 지표와 기동력이 회복된다면, 월드시리즈 종료 후 자신의 2026년 옵션을 어떻게 할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반대로 부상 관리가 또다시 발목을 잡는다면, 옵션을 행사해 재활→가치 회복의 시간을 벌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웨이버 이적은 커리어 재정렬의 기회이자 시험대다. 선수 본인의 건강 관리, 코칭스태프의 활용 철학, 팀의 장기 플랜이 맞물려야 한다.
‘신뢰받는 주전’에서 ‘웨이버 이적’으로 급전환된 서사는 허탈하다. 하지만 웨이버가 ‘끝’은 아니다. 꾸준한 수비와 주루, 멀티 포지션이라는 김하성의 가장 강한 무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애틀랜타가 그 무기를 어떻게 벤치마킹하느냐에 따라, 이 이적은 실패의 낙인이 아니라 반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방출’의 낯선 단어 뒤에는 메이저리그의 차가운 로스터 경제학과, 그 안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두 번째 기회의 문이 함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