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아 9월 전국에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예고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적으로 53개 단지, 3만8,979가구가 청약에 나선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치로, 장기간 억눌려 있던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가운데 정비사업 물량이 1만1,852가구로 전체의 30%에 달하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9월 분양 물량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다. 전체 공급의 약 65%인 2만5,276가구가 수도권에 집중된다. 이 가운데 경기 지역은 1만6,735가구로 전체 수도권 공급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서울은 강남·송파 등 고가 재건축 단지부터 중랑·마포 등 도심형 소규모 단지가 혼재되어 있고, 인천은 송도와 검단 등 신도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반면 지방은 25개 단지에서 총 1만3,703가구가 공급되며, 부산 5,457가구, 충남 2,043가구 등 광역시와 충청권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전체 분양 물량 가운데 약 30%가 정비사업 단지라는 점도 특징이다.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탄생하는 아파트는 이미 교통, 학군, 상권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수도권에서만 10곳, 8,644가구, 지방에서 4곳, 3,208가구가 정비사업 물량으로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입지가 완성돼 있고 브랜드 건설사가 시공하는 정비사업 단지는 분양가만 합리적으로 책정되면 경쟁률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신천동 재건축 단지 ‘잠실르엘’, 중랑구 망우동 ‘상봉센트럴아이파크’, 마포구 동교동 ‘홍대입구역센트럴아르떼해모로’가 예정돼 있다. 강남권 대형 단지와 도심 재건축 단지가 동시에 청약을 앞두면서 가점 상위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지역에서는 광명 철산동 ‘철산역자이’, 안양 안양동 ‘안양자이헤리티온’, 구리 교문동 ‘중흥S클래스 힐더포레’ 등이 공급된다. GTX 등 광역철도망과 인접한 입지, 도심 생활권 인프라를 갖춘 대단지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입주 물량은 동기간 감소세다. 직방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1만1천 세대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5,695세대(서울 128세대, 경기 4,692세대, 인천 875세대)로 2022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당장 전세·월세 시장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의미로, 단기적으로 임대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분양과 입주의 시차를 감안할 때, 실제 공급 효과는 내년 이후부터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은 이번 가을 청약 시장에서 더욱 세밀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분양가를 인근 신축 아파트 실거래가와 비교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지, 발코니 확장·옵션 비용까지 포함해 총투입비가 얼마인지 반드시 계산해야 한다. 중도금 대출 한도와 본인의 자격도 미리 확인해야 하며, 전매제한 기간도 지역·분양가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가점이 높은 무주택 장기 가입자나 다자녀 가구는 서울과 경기 핵심 재건축 단지를 노려볼 만하다. 가점이 중간대(30~50점대)라면 수도권 외곽 신도심이나 지방 광역시 중심지를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청약 가점이 낮거나 처음 청약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신생 택지지구나 중소 브랜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소형 평형을 눈여겨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추첨제가 적용되는 85㎡ 초과 물량은 당첨 기회를 넓힐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9월 분양 대전을 두고 “양적인 확대보다 질적인 차별화가 뚜렷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도심 역세권, 직주근접 단지, 브랜드 아파트는 강세를 보이겠지만, 외곽·고분양가 단지는 미분양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한 분양 관계자는 “최근 수요자들은 평면 설계, 커뮤니티 시설, 관리비와 에너지 효율성까지 꼼꼼히 따진다”며 “분양가 합리화 여부가 단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9월은 단순한 대규모 공급을 넘어, 분양 시장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쏟아지지만 모든 단지가 흥행할 수는 없고, 입지·브랜드·분양가라는 세 가지 조건을 얼마나 충족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실수요자들은 이번 기회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동시에 철저한 분석 없이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