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가 전국 매장에 새 안내문을 내걸었다.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등 ‘대형 장비’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매장 파트너(직원)는 해당 물품을 사용하거나 반입하려는 고객에게 구두로 이용 제한을 안내하고, 공용 테이블을 혼자 독차지하는 행위도 자제시킨다.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땐 소지품을 챙겨 달라는 문구도 함께 붙었다. “카페를 일시적 사무실로 바꾸는 과도한 세팅은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표면적으론 ‘매장 내 질서 유지’지만, 배경에는 몇 년 사이 급증한 이른바 카공족(카페+공부/업무) 문화가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 수준을 넘어 데스크톱 본체와 대형 모니터, 멀티탭, 심지어 접이식 칸막이까지 설치해 장시간 상주하는 사례가 커뮤니티를 통해 반복적으로 공유됐다. “음료 한 잔만 시켜두고 4인석을 하루 종일 쓰는” 행태가 고객 간 갈등을 키우고, 회전율을 떨어뜨려 매장 운영에도 부담을 준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스타벅스는 이번 조치로 ‘휴식과 대화의 공간’이라는 본래 콘셉트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 비치된 안내문은 직설적이다. “개인용 데스크탑, 프린터, 멀티탭, 칸막이 등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어요”, “장시간 자리를 비우실 때는 원활한 좌석 이용을 위해 소지품을 꼭 챙겨주세요”, “여러 명이 사용 가능한 테이블에서는 다른 고객님도 이용할 수 있도록 양보해 주세요.” 문구 배열 자체가 ‘장비 반입 금지→자리 독점 금지→공용 테이블 배려’의 순서로, 이번 조치가 단순 품목 금지를 넘어 이용 행태 전반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벅스에 칸막이를 하고 PC를 설치한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개별 점포의 자율 가이드가 아니라 본사 차원의 전사 공지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프랜차이즈 커피 대형사 가운데 카공족 민폐 유형을 지목해 품목까지 특정, 전국 매장에 일괄 적용한 공식 제재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속해서 타 프랜차이즈로 유사 조치가 확산될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정기적으로 카페에서 공부·업무를 보던 이들에게는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노트북, 태블릿 등 가벼운 학습·업무는 허용된다는 점에서 ‘전면 금지’와는 결이 다르다. 스타벅스는 좌석 회전과 체류 시간의 균형을 잡아 더 많은 고객이 적정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본다. 상권 입장에서도 ‘장시간 점유’가 잦은 거점 매장은 회전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시험 시즌·퇴근 시간대 학습 수요가 높은 상권에선 다른 브랜드나 공공 스터디공간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가 결국 카공 수요의 재배치를 촉발할지, 스타벅스의 체류 경험을 ‘짧고 가볍게’ 재정의할지 지켜볼 대목이다.
매장의 현실적 고민은 ‘경계 설정’이다. 예컨대 15~17인치 노트북은 허용되지만, 미니 PC+외장 모니터 조합은 어떻게 볼 것인가. 휴대용 프린터나 보조배터리 일체형 멀티허브는? 파트너가 현장에서 개별 판단을 하되, 칸막이·멀티탭·프린터·데스크톱은 금지 품목으로 명확히 못 박아 분쟁 여지를 줄였다. 안내·제지 과정에서의 마찰을 최소화하려면, 매장 입구·픽업 동선·테이블 스티커 등 가시성 높은 표기와 일관된 응대 스크립트가 필수다. 일부 매장은 혼잡 시간대 좌석 점유 시간을 권고하는 ‘소프트 룰’을 병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소식은 해외 IT·비즈니스 매체에도 일제히 소개됐다. 한국의 카페 공부·업무 문화(cagongjok)를 배경으로, 일부 이용자가 데스크톱과 프린터까지 들고 와 ‘개인 오피스’로 꾸미는 장면이 놀라움 섞인 톤으로 전파됐다. ‘카페=서드 플레이스’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에 대형 브랜드가 명시적 금지로 선을 그은 첫 사례로서,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공간 운영 원칙에 어떤 참고가 될지 주목된다.
결국 관건은 공존의 룰을 일상화하는 일이다. 공부·업무·휴식이 공존하는 한국 카페의 다층적 수요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원 멀티탭과 칸막이를 펼쳐 장시간 점유하는’ 극단적 사례는 더 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신호다. 스타벅스의 선택이 좌석 회전과 체류 경험의 균형을 되찾는 계기가 될지, 혹은 카공족과 브랜드 사이 새로운 갈등을 낳을지는 앞으로의 운영 디테일에 달려 있다. 현장의 세심한 응대와 투명한 기준, 이용자의 기본적인 배려가 맞물릴 때, 카페는 다시 ‘모두의 공간’으로 기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