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2기를 짓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은 약 25조 원 규모로, 한국 원전이 유럽 시장에 처음 수출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를 두고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며 대대적인 성과로 홍보했다. 하지만 축포 뒤에는 풀리지 않은 의문과 논란이 적지 않다.
계약은 원래 5월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프랑스 EDF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EDF는 “입찰 과정이 불투명했고, 경쟁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체코 법원은 일시적으로 계약 체결을 막았으나 이후 금지 명령을 취소했고, 결국 6월에 전자 서명이 진행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외국 기업의 보조금 문제를 언급하며 체코 정부에 잠시 계약을 미룰 것을 권고했지만, 체코는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밀어붙였다.
계약을 둘러싼 더 큰 논란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다. 한국형 원전은 애초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토대로 발전해왔고, 두 회사는 그동안 지식재산권 문제로 소송을 이어왔다. 그런데 올해 초 극적인 합의가 발표됐고, 이로써 체코 계약도 성사될 수 있었다. 문제는 합의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이 앞으로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기술 사용료나 부품 계약을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또 두코바니 원전이 가동된 후 초기 10년간 핵연료 공급권이 웨스팅하우스에 넘어간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한국의 수익성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와 공기업은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어떤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와 프랑스, 안보와 규정의 충돌
체코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계약을 강행했지만 프랑스 EDF는 여전히 유럽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EU 차원의 공식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만약 EU가 보조금 문제를 문제 삼으면 계약 진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겐 분명 성과가 있다. 유럽 시장 첫 진출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참여로 공급망 확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 합의의 실체가 불투명한 이상 ‘이익이 얼마나 한국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계약은 따냈지만, 뒤로는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구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체크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EU의 공식 조사 여부, 체코 내부의 남은 법적 절차, 웨스팅하우스 합의의 부담, 그리고 장기적으로 한국 원전 수출 전략에 미칠 영향이다. 이번 계약은 한국 원전 산업에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동시에 ‘숨은 조건’과 ‘불투명한 합의’라는 의혹을 안고 출발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계약은 “한국의 유럽 원전 수출 성공”이라는 성과와 동시에 “진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나”라는 질문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