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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전국 곳곳 정전…밤새 ‘찜통’ 아파트, 전력 사용 급증
  • 허재은 동물 & 환경 전문기자
  • 등록 2025-07-28 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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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부른 블랙아웃, 전국 아파트 1400가구 한밤중 정전
  • 35℃ 넘는 열지수에 전력 과부하…전력 수급 비상경보


“열대야에 냉장고와 에어컨도 멈췄다”…폭염 속 잇단 정전에 주민들 분통


끝없는 폭염이 전력 설비를 시험대에 올렸다.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충청북도 청주 사직동의 4,000여 세대 아파트 단지가 무려 4시간 넘게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 정전은 오후 10시께 시작돼 다음날 새벽 2시20분에야 복구됐다. 주민들은 온열질환을 우려하며 빌딩 외부 계단과 공원으로 나와 더위를 식혔다. 관리사무소는 “변압기 과부하가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인천 동춘동의 대형 아파트단지 41개 동도 전력 공급이 끊겼다. 총 1,440가구가 에어컨과 냉장고가 꺼진 채 밤을 보내야 했다. 한국전력은 “단지 내부 설비 고장으로 추정되며 긴급 복구 인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지만, 더위가 계속돼 주민 불만이 폭발했다. 광주 서구 쌍촌동의 250가구가 사는 5개 동에서는 오후 3시23분부터 정전이 발생해 저녁 11시 전까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전력당국은 연일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설비가 과부하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7월 들어 전국 전력 사용량은 이미 역대 7월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낮 시간대 최대 전력 수요가 100GW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급격한 사용 증가로 지역별 변압기와 차단기가 가동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폭염은 이번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폭염특보가 주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하며,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대책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전력 설비의 노후화와 급격한 기후변화가 맞물려 대규모 정전이 빈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긴급 점검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 주요 변전소와 배전시설을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노후 설비 교체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또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자가 설비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긴급 복구 지원 인력을 확대 배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빈발하는 만큼 예비전력 확보와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실내 온도 26도 이상을 유지하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민들은 지친 표정이다. 청주 사직동 주민 김모 씨는 “날씨가 더우니 창문을 열어두면 뜨거운 열기가 밀려들고, 에어컨은 정전으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정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여름 한복판의 전력 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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