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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 전 품목 15% 관세 합의…에너지·투자 패키지로 갈등 봉합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7-28 14: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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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폰데어라이엔, 전 품목 15% 관세 합의…에너지 7500억 달러 구매도
  • 30% 관세 협박에 EU 굴복? 15% 타협안 속 숨겨진 계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Whit House 제공


미·EU, 전 품목 15% 관세 합의…에너지·투자 패키지로 갈등 봉합


미국과 유럽연합이 ‘관세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절충안을 마련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워싱턴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모든 유럽산 제품에 대해 15%의 일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며 합의를 발표했다. EU는 이에 대한 대가로 향후 3년간 미국산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7,5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고, 미국 내 첨단산업에 6,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EU산 자동차와 와인, 치즈 등에 30% 고율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전격적으로 타결됐다. 관세율은 15%로 낮춰졌지만, 기존 0~2% 수준이었던 관세가 대폭 인상된 것이어서 EU 산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면 미국은 에너지와 첨단산업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EU는 자동차·기계·섬유 등 취약 업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확대해 충격을 완화할 계획이다.


합의문에는 전략 품목에 대한 상호 무관세 조항도 포함됐다. 항공기, 반도체, 화학제품, 특정 농산품 등 주요 산업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해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을 최소화했다. 미국과 EU는 이러한 조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분쟁 발생시 즉각 협의에 나서는 ‘긴급 협의 메커니즘’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두고 “트럼프 특유의 거래식 외교가 먹혀든 사례”라고 평가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석에 따르면, 15% 관세 적용 시 EU 자동차 산업의 수출은 20% 이상 줄어들 수 있는 반면, 미국 석유·가스업계는 역대 최대 호황이 예상된다. 삼성·현대차 등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생산비 증가로 아시아 생산시설 이전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WTO 규범을 통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입 규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미국과 EU를 상대로 예외 인정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합의를 준수하지 않으면 관세를 다시 인상할 것”이라고 경고해 향후 협상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최소한 당분간은 미·EU 관계가 파탄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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