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과 기회를 포착하는 리더십
스티븐 위트(Steven Witt)가 쓴 『생각하는 기계: 엔비디아 이야기』는 단순한 기업 자서전을 넘어, 기술 혁신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끄는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하는 책이다. 이 책은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의 개인적 이야기가 아닌, 엔비디아라는 기업의 역사와 비전, 그리고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중심으로 한 기술 혁신이 어떻게 현대 AI 산업의 판도를 바꿨는지를 조명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놀라운 주식 수익률—초창기 5.54달러에서 17,000% 성장해 한 투자자가 1,600만 원으로 35억 원을 벌어들인 사례—을 배경으로, 이 책은 기술 투자와 혁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필수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엔비디아의 창립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젠슨 황은 처음부터 거창한 창업의 꿈을 가진 열혈 청년이 아니었다. 동료 두 명의 설득으로 시작된 엔비디아는, 산호세의 평범한 패스트푸드점 ‘데니스 레스토랑’에서 탄생했다. 이곳은 현재 “엔비디아의 시발점”이라는 팻말이 붙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회사 이름 ‘NVIDIA’는 ‘질투’를 뜻하는 라틴어 ‘invidia’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초창기 투자자들의 엄청난 수익을 떠올리게 하며 아이러니한 공명을 일으킨다. 이처럼 책은 엔비디아의 시작을 우연과 필연의 조화로 묘사하며, 독자로 하여금 성공의 첫걸음이 때로는 평범한 자리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엔비디아의 성공은 GPU의 활용 범위 확대에서 비롯된다. 원래 게임용 그래픽카드 시장을 목표로 했던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과 AI 개발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 폭발적 성장을 이뤘다. 책은 GPU와 CPU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하며, GPU가 다중 작업 처리에 최적화된 기술로 AI 신경망의 핵심 하드웨어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AI 전쟁터에서 엔비디아가 무기상 역할을 한다”는 비유로 생생히 전달한다. 모든 AI 기업이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하며, 경쟁에서 누가 이기든 결국 엔비디아가 승리하는 구조라는 점은 이 회사의 독보적 위치를 잘 보여준다.
책은 젠슨 황의 리더십을 단순한 운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암호화폐와 AI 붐은 분명 행운이었지만, 젠슨 황은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CUDA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한 점은 엔비디아의 성공을 지속 가능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가 아닌, 시장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장악하는 전략적 통찰의 결과였다. 책은 젠슨 황이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실력으로 전환한 과정을 상세히 다루며, 독자들에게 “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은 자서전보다는 엔비디아의 기술적 여정과 AI 산업의 역사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1부와 2부 모두 GPU와 AI 발전 과정에 깊이 파고들어, 기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주식 투자 가능성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는 기업의 비전과 시장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다만, 젠슨 황의 개인적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져, 인간적 면모를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생각하는 기계』는 엔비디아의 성공 신화를 통해 기술 혁신, 기회 포착, 그리고 리더십의 중요성을 동시에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 스티븐 위트는 복잡한 기술적 개념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며, 엔비디아의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려는 독자들에게 명췌한 길잡이를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엔비디아 팬을 위한 책이 아니라, AI 시대의 흐름을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읽을거리다. 엔비디아 주식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이 책을 통해 기업의 잠재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