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ouse 제공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갤럽과 로이터·입소스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최근 30퍼센트대 후반까지 떨어지며, “2기 집권 이후 최저치”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갤럽이 11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퍼센트로 집계됐다. 이는 2기 취임 이후 최저치이자, 1기 말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기록했던 34퍼센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로이터·입소스가 11월 18일 발표한 정기 조사에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38퍼센트까지 내려갔다.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 논란에 대한 불만이 지지율 하락의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여러 여론조사를 평균해 추적하는 네이트 실버의 ‘실버 버리틴’은 12월 1일 기준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을 41.1퍼센트, 부정 평가는 55.3퍼센트로 집계했다. 순지지율(지지–반대)은 -14포인트 수준이다. 실버는 이 수치를 두고 “2기 들어 가장 나쁜 구간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수치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지지세는 “바닥이 보였던 1기 말 수준으로 다시 미끄러지는 중”이라는 진단이 가능해진다.
정치용어 ‘레임덕(lame duck)’은 원래 헌법상으로는 “이미 후임자가 선출돼 임기를 마무리하는 정치인”을 가리킨다. 미국에서는 대선 이후 새 대통령 취임 전까지, 현직 대통령이 갖는 힘의 공백기를 지칭하는 말로 먼저 정착했다.
그러나 실제 정치·언론 현장에서는 보다 넓게 쓰인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도 지지율이 장기간 하락해 30퍼센트대에 머물고,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크게 패배하고, 여당 내부에서 노골적인 ‘거리 두기’가 시작되는 시점을 통틀어 “사실상 레임덕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 대통령학 연구와 갤럽·UCSB(캘리포니아대 산타바버라) 자료를 종합하면, 현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강한 레임덕 이미지로 남은 인물들의 임기 말 지지율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해리 트루먼: 32퍼센트(1952년 임기 종료 시점)
- 지미 카터: 34퍼센트(1980년 임기 종료 시점)
- 조지 W. 부시: 34퍼센트(2009년 임기 종료 시점)
- 리처드 닉슨: 워터게이트 정국 당시 24퍼센트까지 추락 후 사임
반대로 로널드 레이건(63퍼센트), 빌 클린턴(66퍼센트), 버락 오바마(59퍼센트)는 임기 말까지 60퍼센트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레임덕보다는 긍정적 유산을 남긴 사례”로 분류된다.
학계가 “지지율 몇 퍼센트 이하 = 레임덕”이라고 딱 잘라 규정한 공식 기준은 없다. 다만 과거 사례를 놓고 보면, 지지율이 40퍼센트 초반에서 30퍼센트대로 내려앉고, 부정 평가가 55∼60퍼센트를 넘는 구간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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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들은 원래 2기 자체가 ‘레임덕 위험’을 안고 출발한다. 3선이 금지된 미국 헌법 특성상, 두 번째 임기에는 더 이상 본인 재선을 위한 지지율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와 칼럼을 종합하면,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들의 2기 지지율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패턴이 보인다.
- 1기 평균 지지율은 50퍼센트 안팎
- 2기 평균 지지율은 이보다 10포인트 정도 낮은 40퍼센트대 중반
- 가장 어려운 국면에서는 30퍼센트대 후반까지 하락
즉, “무난한 2기”라면, 악재가 겹쳐도 지지율이 30퍼센트대 중후반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현재 트럼프의 수치는 이 역사적 ‘평균 바닥선’과 거의 겹치는 수준이다.
- 갤럽: 36퍼센트(2기 최저치)
- 로이터/입소스: 38퍼센트(2기 최저치)
- 여론조사 평균: 41.1퍼센트 지지, 55.3퍼센트 반대, 순지지율 -14포인트 안팎
특히 네이트 실버의 추적에 따르면, 트럼프의 순지지율은 11월 들어 2기 출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뉴스위크 등은 이를 두고 “2기 들어 기록한 최악의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트럼프는 “전형적인 레임덕 구간의 초입 또는 그 언저리”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다만 단순 지지율만으로 레임덕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작지 않다. 정치학자들은 레임덕의 실질적인 기준을 다음과 같은 ‘정치적 행동 변화’에서 찾는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얼마나 의석을 잃는지,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지, 차기 대선 주자들이 대통령의 노선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시작하는지.
그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의 현재 상황은 분명 경고 신호를 안고 있다.
첫째, 공화당은 이미 2기 출범 이후 치러진 주·연방 선거에서 여러 차례 뼈아픈 패배를 맛봤다. Axios·The Daily Beast 등은 “트럼프 2기 이후 첫 주요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를 “트럼프 브랜드 피로감의 신호”로 해석했다.
둘째,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핵심 지지층에서조차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사퇴 선언이다.
트럼프의 열성 옹호자로 알려졌던 그린 의원은 엡스타인 자료 공개, 우크라이나 전쟁, 이민 정책 등을 두고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충돌한 뒤, 내년 1월 5일부로 의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그린을 향해 “길을 잃었다”고 비판하며 지지를 철회했고, 공화당 내부에서는 “MAGA 진영 내부 균열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보수 매체들조차 “그린의 퇴장은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이 동시에 강력하면서도 불안정하다는 이중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셋째, 가장 민감한 층인 무당층과 일부 온건 보수층에서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CNN·에머슨 칼리지 등 여론조사에서는 독립 성향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율이 20퍼센트대 후반까지 떨어졌고, 향후 2026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뜻으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0퍼센트 안팎에 이른다는 조사도 나왔다.
즉, 지지율 수치에 더해 여당 내부 균열과 핵심 지지층의 동요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체력은 분명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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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레임덕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트럼프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에 놓일까.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특검과 탄핵 위협 속에서 지지율이 20퍼센트대 중반까지 추락한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했다. 조지 W. 부시는 이라크전 장기화와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2008년 말 34퍼센트로 임기를 마쳤고, 공화당은 그 뒤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연쇄 패배를 겪었다.
반면 레이건과 오바마, 클린턴은 임기 후반 지지율이 다시 반등해 60퍼센트 안팎에서 임기를 마쳤다. 이들은 중간선거 패배 이후에도 의회와의 거래, 외교적 성과 등을 바탕으로 “레임덕이 아닌, 비교적 성공적 마무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는 현재 이 둘 중 어느 쪽에도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 지지율과 부정평가 흐름만 놓고 보면 닉슨·부시와 비슷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지만, 아직 30퍼센트대 초반까지는 내려가지 않았고, 공화당도 하원에서 근소한 다수(219 대 214)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네이트 실버가 지적하듯, 트럼프는 “1기와 2기를 통틀어,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지지율 50퍼센트를 넘지 못한 현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는 또 다른 특이 케이스다. 지지율이 크게 출렁이며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지는 패턴이 아니라,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언더워터(부정이 긍정보다 많은 상태)’를 유지해온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단기적인 ‘바닥 치기’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레임덕 국면으로 굳어질지는 결국 두 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많다. 경제와 2026년 중간선거다.
우선 경제와 물가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미국인이 꼽은 최대 현안은 “생활비와 물가”였고, 트럼프의 경제·물가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퍼센트 안팎에 그쳤다. 정부 셧다운과 경기 둔화 우려를 다룬 CNN·가디언 분석 역시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면 지지율 반등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한다.
둘째는 2026년 중간선거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19 대 214라는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일부 지역에서 공화당이 단 몇 석만 잃어도 다수가 뒤바뀔 수 있는 구조”라며, “트럼프 지지율이 계속 이 수준이라면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는 예측이 많다”고 전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탈환하고, 상원에서도 공화당 우위를 흔들어 놓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면 트럼프의 남은 임기는 전형적인 레임덕 패턴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대로 공화당이 최소한 하원 다수라도 지켜낸다면,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민·규제완화·대외정책 등 핵심 어젠다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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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역대 2기 대통령들이 레임덕 논쟁에 휩싸였던 구간과 상당 부분 겹쳐 있다. 30퍼센트대 후반∼40퍼센트 초반의 지지율, 55퍼센트 이상 부정평가, 핵심 지지층과 당내 인사의 이탈은 과거 트루먼·카터·조지 W. 부시가 임기 말 겪었던 전형적인 조합과 비슷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트럼프를 아직 “완전히 손발이 묶인 레임덕”이라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를 여전히 쥐고 있고, 트럼프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도 건재하다. 무엇보다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가 아직 뚜렷하게 부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당내에서 여전히 절대적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치상으로는 이미 ‘레임덕 평균 바닥선’ 근처까지 내려와 있고, 정치적으로는 그 선을 완전히 넘을지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는 점이다.
향후 1∼2년 동안의 경제 흐름과 2026년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를 역사 속에 “끝까지 영향력을 유지한 논쟁적 대통령”으로 남길지, 아니면 “닉슨·부시와 나란히 서는 대표적 레임덕 대통령”으로 기록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