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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원짜리 초코파이가 절도사건으로 재판까지 가게 된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9-24 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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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값보다 무거운 재판 비용, 씁쓸한 현실
  • 15년 보안 직원, 왜 피고인이 되었나
  • 초코파이 재판, 노조 갈등의 그림자


‘간식 절도’로 법정에 선 보안 직원

지난해 전북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발단은 다름 아닌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 빵. 하청업체 소속 보안 직원 A씨가 원청 사무실 냉장고에서 이를 꺼내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보통 이런 경우 사내 징계나 주의 조치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사건은 결국 법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재판부는 지난 1심에서 A씨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5년간 근무한 직원, 하루아침에 피고인으로

A씨는 하청업체를 통해 15년간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보안 업무를 맡아왔다. 성실하게 근무해온 그가 ‘간식 절도범’이라는 낙인을 찍히자, 동료 직원들 사이에서도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컸다.

1심 재판부는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물품을 허락 없이 가져다 먹은 것은 절도에 해당한다”며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 직후부터 “사법 자원을 이렇게까지 써야 하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제기됐다.


노조 활동과 사건의 배경

사건이 단순히 ‘과자 절도’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A씨는 2022년부터 노조 활동에 참여해왔다. 당시 비정규직 지회는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과 성과급 차별 철폐,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원청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마침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A씨가 속한 하청업체가 계약에서 탈락하고, 다른 업체가 새롭게 들어온 직후였다. 이 때문에 A씨 측은 “노조 활동을 이어온 자신만 표적이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는 아직 법정에서 확인된 사실은 아니며, ‘의혹 제기’ 수준이다.


CCTV와 동료 증언

검찰의 핵심 증거는 사무실 CCTV 영상이다. 하지만 A씨 측은 “영상에는 다른 인물들도 함께 있었지만, 고발은 오직 자신에게만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동료 직원 수십 명이 “우리도 냉장고 간식을 먹은 적이 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다. 이는 사무실 간식 소비가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반대로 일부 증인은 “냉장고가 있는 줄도 몰랐다”며 상반된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간식 소비가 통상적으로 허용된 관행이었는가’에 맞춰지고 있다.



판사의 반응과 여론의 시선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은 “과자 두 개 먹었다는 것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사안의 경중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 역시 비슷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는 “450원짜리 초코파이에 국가 사법 체계를 동원하는 게 맞나”, “이건 명백한 과잉 처벌”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반대로 “엄연히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먹은 건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어, 사건을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작은 빵이 드러낸 큰 문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절도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 하청 구조 속 불안정한 노동 환경, 노조 활동에 대한 기업의 시선, 그리고 법이 적용되는 방식이 모두 겹쳐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항소심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단순히 벌금 5만 원 문제가 아니라, 노사 관계와 법의 형평성 문제까지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과제

다음 항소심 공판은 오는 10월 30일 열릴 예정이다. 그날 법정에서는 단순히 초코파이 두 개의 무게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권리, 그리고 법의 상식이 얼마나 균형 있게 작동하고 있는지가 함께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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