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에 온 UAE 왕세자 = 대통령실 제공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기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세자와 대표단이 숙소에서 제공된 볶음김치에 깊은 감명을 받아 직접 포장해간 사실이 알려졌다. 한식 한 접시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또 한 번 문화교류의 상징이 된 셈이다.
UAE 대표단은 이번 회의 기간 동안 부산 아난티 코브에 머물렀다. 숙소 측은 회의 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의 식습관과 종교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세심한 준비를 거쳤다. 특히 할랄 인증 식재료 사용, 19차례 위생 점검, 온수·수압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만전을 기했다.
그러던 중 대표단이 식사로 제공된 볶음김치를 맛본 뒤 “이 음식을 포장해 갈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전했다. 호텔 주방은 즉시 진공 포장 설비를 가동했고, 볶음김치 수십 인분이 ‘UAE행 선물용 패키지’로 준비됐다. 숙소 관계자는 “외국 정상급 인사에게서 김치 포장 요청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UAE 대표단은 “어떤 비밀재료가 들어가냐?”고 호텔측에 농담으로 물었는데, 담당 관계자는 '정성'이 들어갔다고 답했다. 그의 대답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SNS에는 “김치 한 그릇으로 외교가 통했다”, “진짜 한국의 힘은 정성”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이번 사례는 한국의 ‘푸드 외교(Food Diplomacy)’가 현실에서 구현된 대표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세계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음식이 호평받은 것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만찬의 불고기와 갈비에 이어 또 한 번의 사례다.
특히 생김치 대신 볶음김치가 선택된 이유는, 발효 상태로 제공되는 생김치는 위생·보존 측면에서 외국 대표단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잘 볶아 익힌 김치가 안전성과 맛을 모두 충족시키며 “한국을 기억하게 한 메뉴”로 남았다.
숙소 관계자는 “왕세자 측이 김치의 매운맛을 처음엔 조심스러워했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서 표정이 달라졌다”며 “귀국 직전 포장 요청이 들어와 주방이 분주했다”고 전했다.
실제 대표단은 김치 외에도 한국산 배추와 양념 조합법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한국의 전통 반찬이 중동의 식탁으로 간다”며 이색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식이 세계 무대에서 단순한 ‘음식’이 아닌 문화 교류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볶음김치를 통해 한국의 맛과 정성이 전해졌고, 한 셰프의 말처럼 그 안에는 특별한 비법 대신 ‘정성’이라는 재료가 담겨 있었다.
이번 APEC의 무대 위에서 볶음김치는 ‘한식 외교의 아이콘’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