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전 국가대표 출신 빙상 코치가 옛 제자로부터 흉기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코치는 얼굴과 목 등에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가해자는 과거 자신이 미성년 시절 이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특수상해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적 비극을 넘어 체육계의 권력 구조와 피해자 보호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건은 9월 16일 오후 7시 25분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일어났다. 전 국가대표 출신 코치 B씨는 훈련장 인근에서 30대 여성 A씨에게 흉기로 공격을 당했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준비한 흉기를 사용해 얼굴과 목을 가격했고,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피해자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얼굴과 목 부위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행 동기와 준비 과정, 그리고 정신적 상태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가해자 A씨는 고등학교 시절 B씨에게 지도를 받았던 옛 제자다. 그는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실제로 2014년 대한빙상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았으며, 이후 자격정지로 징계가 변경됐다. 그러나 법적 절차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특수폭행 등 일부 혐의만 인정돼 벌금형 약식 명령이 내려졌다.
즉, 연맹 차원에서는 중징계가 있었으나 사법적으로는 성폭행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러한 불일치가 피해자 측 불신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이 원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다만, 동기가 ‘복수’인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피의자 진술과 추정에 불과하며, 정확한 범행 이유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A씨의 정신적 상태, 사건 당시 계획성 여부, 주변인의 증언 등을 종합해 범행 배경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코치와 제자 간 권력 불균형이라는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낸다. 지도자의 권한은 선수의 진로와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미성년자 선수는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피해를 겪더라도 쉽게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 체육계에서는 폭행·가혹행위·성범죄 사건이 반복돼 왔고, 제도적 개선이 논의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크다.
또한 연맹의 징계와 법적 처분이 불일치한 점, 징계를 받았음에도 개인 지도 활동이 가능했던 점 등은 제재 제도의 실효성 부족을 보여준다. 이는 피해자 입장에서 “법과 제도가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피해자 보호 제도의 한계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이나 사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체육계 징계 제도의 실효성 문제다. 연맹 징계가 사법 판단과 괴리된 채 흐지부지된다면 피해자는 정의 실현을 체감하지 못한다.
셋째, 권력형 범죄 대응의 필요성이다. 지도자의 권력 남용을 막을 실질적인 제도와 문화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건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진 흉기 피습 사건은 한 개인의 범행을 넘어 체육계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의 한계를 드러낸다. 성범죄 혐의는 과거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피해자가 제기한 주장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순간 불신과 분노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 지도자 권력 견제, 징계 제도의 실효성 확보 등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