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예능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재미있나?” 하지만 SBS 《마이턴》을 보며 떠오른 질문은 조금 다르다. “재미는 없는데, 계속 보게 되네. 이건 뭐지?”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를 흔들다
《마이턴》은 단순한 관찰 예능도, 미션 중심의 버라이어티도 아니다. 출연진이 각자 캐릭터를 부여받고 그 캐릭터 간의 갈등과 관계 변화가 서사로 이어진다. 탁재훈과 김용림의 러브라인, 김원훈의 이간질, 추성훈의 힘으로 해결하는 단순 캐릭터 등은 모두 시트콤적 장치다. 시청자는 웃음을 찾는다기보다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가 이어질까”를 궁금해하게 된다.
웃음은 약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분명하다
솔직히 말해서 프로그램은 크게 웃기지 않다. 이수지가 《미운우리새끼》에 나와서 “다큐가 포함된” 예능이라고 마이턴을 설명했던 것도 얼핏 맞는 말이다 싶을 정도로 이게 재미를 추구하는 예능답지는 못하다. 하지만 웃음의 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지상파 예능이 시트콤적 서사 구조를 본격적으로 실험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OTT 예능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포맷을 내놓는 것과 비교해도 《마이턴》은 지상파가 안전한 공식을 벗어난 드문 사례다.
실패해도 성과는 남는다
예능에서 ‘재미’는 생명줄과도 같다. 그렇기에 《마이턴》이 큰 인기를 얻지 못할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이런 시도 자체가 차후 한국 예능의 자산이 된다. 과거 <무한도전>이 초반에 “엉망진창”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끝내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던 것처럼, 《마이턴》의 병맛 시트콤 예능도 언젠가 누군가 더 다듬어 완성할 수 있는 포맷이 될 수 있다.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 《마이턴》의 그 과감한 실험정신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성공 여부와 별개로, 한국 예능이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도록 발판을 놓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