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그룹 양재동 본사 = SPC 그롭 제공
SPC그룹, 야간 생산 전면 축소…8시간 노동제 전격 도입
국내 최대 제빵기업인 SPC그룹이 지난달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대대적인 근무환경 개선안을 내놓았다. SPC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1일부터 생산직 직원의 근무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야간 생산은 최소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룹 관계자는 “시화공장과 평택공장 등 일부 라인에서 이어진 장시간 야간작업과 이로 인한 사고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지적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방문 이후 경영진이 심각성을 인식해 노동시간 단축을 전격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계획에 따르면 SPC는 재료 준비·제빵·포장 등 공정별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운영하던 기존 체계를 폐지하고, 주간조 중심의 2교대제로 전환한다. 현재 일부 공장에서 10~12시간에 달하는 야간 근무는 8시간 이하로 축소하며, 심야수당이 포함된 초과근로도 없앨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 대표이사 회의를 열어 생산 라인을 재배치하고, 빵과 햄버거 패티 등 상품 종류를 조정해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생산하도록 바꾼다.
노동조합은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요구했다. SPC노조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자 참여형 안전관리제 도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국내 제조업 전반에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임윤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빵값과 배달료 인상을 우려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있지만,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생산성 향상과 공정 자동화를 통해 비용 상승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PC는 “생산량 감소를 막기 위해 추가 인력 약 500명을 연내 채용하고, 자동화 설비 투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배달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맹점과 협력해 배송 시간대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가 제과·음료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대통령까지 나서 질책한 상황에서 다른 대기업들도 야간 노동 관행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