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는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기고 있다. 50대 직원들은 기대수명 증가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퇴직을 두려워하며 ‘버티기’를 선택하고, 기업들은 인사 적체로 인해 젊은 인재 유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들이 파격적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50대 퇴직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복잡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5년 8월 1일부터 19일까지 만 50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1968년 이후 출생자는 연봉의 3배, 최대 4억 원에 달하는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중학생 500만 원, 고등학생 700만 원, 대학생 학기당 최대 750만 원)을 지원한다. KT는 최대 4억 3,000만 원의 보상금을 내걸며 2,800명에 달하는 퇴직자를 기록했고, SK텔레콤도 지난해 퇴직 위로금을 5,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으로 상향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50대 직원들은 퇴직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퇴직자의 62%가 재취업에 실패하거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평균 수명이 83세를 넘어서며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 퇴직 후 30~40년을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보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한 50대 직원은 “위로금이 크다고 해도,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퇴직은 생계의 위협”이라고 토로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의 2022~2024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중 67곳의 20대 직원 비율은 25%에서 21%로 급감했으며, 40대 이상 직원은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4년 40대 이상 직원 수가 20대 직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KT에서는 50대 과장급 인력이 부서의 주축을 이루고, 40대가 막내인 부서도 늘고 있다.
이러한 인사 적체는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평균 직원 연령은 2020년 39.7세에서 2024년 42.3세로 상승했다. 한 인사담당자는 “고령 직원들이 쌓아온 경험은 소중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는 젊은 인재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령 직원의 퇴직 지연은 청년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6.2%로, 10년 전 48.5%보다 낮아졌다. 50대 직원들이 자리를 유지하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이는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에 지원해도 신입 채용이 거의 없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업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운 한국 노동법의 제약 속에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위로금 지급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퇴직한 50대 직원들이 재취업이나 창업 등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퇴직자 대상 재취업 프로그램과 창업 교육을 제공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아직 대부분 기업은 이 같은 후속 지원에 소극적이다.
또한, 희망퇴직이 청년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경제연구소 전문가는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퇴직자를 줄인 자리를 채우지 않고, 외주나 자동화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50대 퇴직자와 기업의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재취업 지원, 직업 훈련,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퇴직자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은 희망퇴직 프로그램과 더불어 젊은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세대 간 균형을 맞추는 인사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는 최근 청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신규 채용을 늘리고 있다.
고령화 시대의 50대 퇴직은 개인에게는 생계의 위협으로, 기업에게는 인사 적체와 혁신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파격적인 희망퇴직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퇴직자의 재취업 지원과 청년 채용 확대를 위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개인과 기업, 그리고 사회가 함께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