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 게임이 된다… 등산 앱 ‘우오봉’ 1기 캡틴 30인 공개 모집
등산을 단순한 운동이 아닌 ‘스포츠’와 ‘게임’으로 재해석한 신개념 등산 플랫폼이 등장했다. 우리봉우리(대표 임수영)는 12월 19일 ‘우오봉’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플랫폼 내에서 공격대를 결성하고 이끌어갈 ‘1기 캡틴(공격대장)’ 30명을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오를 봉우리’의 줄임말인 ‘우오봉’은 힐링과 친목 위주였던 기존 등산 문화에 전략, 협동, 정치, 경쟁 등 게임적 요소를 도입한 리그형 등산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단순한 등산객이 아니라 리그의 ‘캡틴’ 혹은 ‘대원’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자신만의 서사를

어떤 책은 첫 장에서 장르가 딱 정리됩니다. 소설이면 소설 같고, 교양서면 교양서답고, 안내서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죠. 그런데 양정훈 작가의 『디그니티 플랜』은 읽는 내내 정체가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설명서 같기도 하고, 백과사전 같기도 하고, 인문서처럼 사유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됐습니다. “이 책은 도대체 무슨 책이지?”
그런데 다 읽고 나서야, 그 ‘헷갈림’이 이 책의 결함이 아니라 설계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디그니티 플랜』은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에세이의 모양은 아니지만, 인권이라는 세계를 오래 연구하고 현장에서 부딪혀 온 한 사람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 깨달음과 바람을 한 덩어리로 건네는 ‘특별한 형식의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인권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리고 그 앎이 “아주 약간의 변화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문장 사이사이에 배어 있거든요. 말하자면 이 책은 ‘개념을 정리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는 책’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인권에 관한 지식과 정동과 행동의 황금비”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인권을 둘러싼 대화가 유독 피곤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로 악의가 없는데도,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대화가 어느 순간 싸움으로 번져 버리는 경험. 『디그니티 플랜』은 그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개념 자체가 어긋나면 같은 단어를 써도 다른 말을 하게 된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자주 놓치는 사실 말이죠.
책이 좋은 건, 개념을 ‘논문’처럼 추상으로만 세워두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장의 구체적 사례를 통해 개념이 어떻게 현실을 해석하는 렌즈가 되는지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2020년 트랜스 여성이 여대에 합격했다가 구성원 반대로 입학을 포기했던 사건을 다루며, 책은 이것을 “집단정체성과 집단적 정체성의 충돌”로 설명합니다. 여대라는 정체성은 ‘그 집단에 속함으로써 생기는’ 집단 정체성에 가깝고, 여성이라는 범주는 ‘정체성 자체가 연결을 만들며 집단성을 띠는’ 집단적 정체성에 가깝다는 구분. 이 차이를 놓치면, “소수자가 다른 소수자를 왜 반대하지?”라는 질문이 감정의 미로에서 끝없이 맴돌지만, 이 렌즈를 손에 쥐면 사건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읽히기 시작합니다. 결국 책이 하는 일은 지식을 늘리는 게 아니라, 관점과 생각의 폭을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이 책의 큰 흐름은 또렷합니다. 인권이 무엇인지에서 시작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구분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나쁘게’ 행동하는지 보여줍니다. 혐오, 낙인, 배제, 비가시성. 특히 혐오에 대한 설명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선명합니다.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외부 집단을 세우고, 그 외부를 혐오할수록 내부의 단결과 충성심이 강해진다는 구조. 그 문장을 읽고 나면, 왜 정치가 자꾸 혐오 프레임을 꺼내 들며 사람들을 갈라놓는지, “멀쩡한 국민들이 왜 갑자기 서로를 적으로 보게 되는지”가 낯설지 않게 이해됩니다.
여기서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혐오가 감각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적 맥락과 권력 속에서 ‘투사’되고 ‘조직’된 것임을 짚습니다. “세상에 자신을 혐오주의자라고 인정하는 혐오주의자는 없다”는 말은, 혐오가 늘 ‘정당화의 언어’를 입고 등장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죠. 범죄화, 게토, 스테이터스쿼, 비가시화 같은 기제들이 촘촘하게 설명될수록,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인권침해에 무감각해지는 건 개인의 성품이 못나서가 아니라, 무감각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사회 곳곳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디그니티 플랜』이 특별한 지점은 여기부터입니다. 이 책은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슬픔의 감각에서 광장의 외침까지”라는 문장처럼, 어떤 사람이 일상을 살다가 ‘나쁜 세상’을 감각하고, 울고, 마침내 문을 나서게 되는 과정 자체를 서사로 다룹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지 뜨거운 정의감 하나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솔직하게 말합니다. 대부분은 침묵하거나 방관자가 됩니다. 왜 그럴까요?
책은 사회운동 이론과 사회정체성 이론, 그리고 집단행동 연구를 바탕으로 인권운동 참여의 동기를 집단적·보상적·규범적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특히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규범적 동기가 중요하다는 지점은 오래 남습니다. 인간은 혼자서 결심할 때보다, 누군가 옆에 있을 때 더 멀리 걷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이 끌고 가는 결론은 ‘강렬한 개인들의 연대’입니다. 디그니티(존엄)를 획득하는 계획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수많은 ‘나’가 ‘우리’로 묶이는 구체적인 과정이라는 것.
어쩌면 이 책은, 인권을 “약자 배려”나 “착하게 사는 것” 정도로 단순화해 온 우리의 오해를 정리해 주고, 인권을 다시 “존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되돌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의 마지막 퍼즐은 ‘연대하기’라는 아주 인간적인 선택입니다. 읽고 나면 인권이 안개처럼 흐릿한 개념이 아니라, 내 일상과 문장, 관계와 태도에서 시작되는 일이라는 사실이 또렷해집니다.
문학 작품의 주인공이 대개 소수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득권은 소설이 될 만큼의 갈등을 겪지 않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디그니티 플랜』은 문학처럼 ‘사람의 자리’를 보여주되, 교양서처럼 ‘세상의 구조’를 설명하고, 안내서처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손에 쥐여 줍니다. 생동감이 넘치고, 치밀하고 성실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 읽고 나면 마음 한쪽에 아주 작게나마 이런 생각이 남습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도, 그들과 그렇게 멀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함께해야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