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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생존 문제”…이재명 대통령,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시
  • 한우정 라이프 스타일 전문기자
  • 등록 2025-12-16 16: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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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용이 아닌 생존”…대통령 발언의 맥락
  • 쟁점은 ‘탈모의 종류’…원형탈모와 유전탈모의 경계
  • 건보 적용되면 달라지는 것…약가와 재정의 셈법


“탈모는 미용이 아닌 생존”…이 대통령 발언, 건보 논쟁 다시 불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탈모는 옛날엔 미용으로 봤지만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검토를 주문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형탈모 등 의학적 근거가 인정되는 경우는 급여가 적용되지만, 유전적 요인(남성형 등) 탈모는 미용 목적 치료로 분류돼 비급여”라는 취지로 답했다. 

대통령 발언은 “병이냐 미용이냐”의 오래된 경계를 다시 흔든다. 특히 젊은 층에서 탈모가 사회생활·정신적 위축과 직결된다는 현실 인식, 그리고 “보험료는 내는데 정작 절실한 치료는 왜 빠지나”라는 체감 불만을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핵심 쟁점은 ‘탈모의 종류’…의학적 탈모 vs 생활형 탈모

현행 제도에서 관건은 탈모가 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원형탈모(자가면역 질환 성격)처럼 의학적 질환으로 분류되는 영역은 급여 적용 논의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반면 남성형·여성형 탈모처럼 유전·호르몬 요인이 큰 탈모는 “미용 목적”으로 보는 관성이 강해, 급여 확대를 하려면 기준 설계부터가 난제다. 

대통령이 “무한대 보장 대신 횟수·총액 제한 같은 방식도 검토해보라”고 언급한 대목은, 이 ‘경계 문제’를 예산·기준 설계로 풀어보자는 신호로 읽힌다. 


건보 적용이 현실화되면 뭐가 달라지나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가격 구조다. 대통령은 “급여로 지정되면 약값이 내려간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언급했는데, 이는 통상 급여 등재 과정에서 약가 협상·관리 체계로 들어가며 시장 가격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값 인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급여 확대는 곧 재정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대상과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가 정책의 본체가 된다. 

복지부 쪽에서도 “현행 제도상 미용 목적 치료는 급여 대상에서 제외”라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어, 향후 논의는 “탈모를 어디까지 질병으로 볼 것인가”와 “급여를 하더라도 어떤 기준(중증도, 연령, 진단 코드, 치료 기간)을 둘 것인가”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탈모 산업’은 이미 거대한 시장…정책 한 마디에 업계가 요동친다

정책 논쟁이 커지는 배경엔 산업 규모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국내 탈모 관리 시장이 2020년 3,072억 원에서 2025년 4,99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했고, 세계 시장은 2025년 211억 달러 규모 전망을 제시했다.
국내 매체들도 같은 전망치를 인용하며 탈모 샴푸·헤어케어부터 치료제, 시술까지 경쟁이 격화되는 흐름을 전하고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산업의 층’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약물치료(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미녹시딜), 두피·기능성 화장품, 병·의원의 시술과 모발이식, 그리고 LED 기기나 진단 솔루션까지 하나의 밸류체인이 형성돼 있다. 건보 적용이 일부라도 현실화되면, 이 중 “처방 기반 치료” 쪽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고, 반대로 비급여 기반 시술·제품군은 ‘가성비’ 경쟁이 더 거칠어질 수 있다.


의료 적용의 최신 흐름…‘원형탈모 신약’이 던지는 메시지

의학적 탈모 영역에서는 이미 치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예컨대 원형탈모(alopecia areata)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신약 출시·경쟁이 이어지고 있고, 로이터도 2025년 원형탈모 치료제의 미국 출시 소식을 전했다.
이 흐름은 국내 논쟁에도 영향을 준다. “탈모는 전부 미용”이라는 프레임이 설득력을 잃는 순간, 건강보험은 ‘어떤 탈모부터 의료로 볼 것인가’를 더 정교하게 정의해야 한다.


2022년 ‘탈모 공약’의 연장선…이번엔 집권 이후의 계산서

이번 이슈가 낯설지 않은 이유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국면에서도 탈모 치료 건보 적용 제안으로 큰 논쟁을 만든 바 있다. 당시 해외 언론들도 한국 대선에서 ‘탈모’가 이슈로 부상한 현상을 조명했다.
다만 선거 공약과 집권 후 정책은 다르다. 지금부터는 “재정, 형평성, 의학적 근거, 사회적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설계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오늘의 한 문장이 내일의 숫자와 기준표로 번역되는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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