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공(사진: 메인타임스)

미국이 사상 최장 기간의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가운데, 연방항공청(FAA)이 7일(현지시간)부터 전국 주요 공항의 항공편을 감축하기로 하면서 항공 대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FAA는 6일 밤 발표한 긴급 명령에서 “시스템 내 과부하와 안전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7일 오전 6시부터 항공 운항을 4% 줄인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11월 14일까지 감축률을 최대 10%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은 약 170편, 아메리칸항공은 220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100편가량의 항공편을 취소했으며, 유나이티드항공 등 다른 대형 항공사들도 수백 편의 비행 일정을 줄였다. FAA는 항공사들이 취소된 항공편의 요금은 환불해야 하지만 숙박비 등 부수 비용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항공 관제 인력 부족 “심각 수준”

FAA는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항공관제 인력 부족을 들었다. 셧다운 이후 관제사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일부가 병가나 사직을 택한 탓이다.

FAA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전국 항공관제 시설에서 450건의 인력 부족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 수준이다.

관제사 노조인 전미항공관제사협회(NATCA)는 “무급 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400명 이상 부족한 상황에서 매일 누군가가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전국적인 눈폭풍이 닥친 것과 같은 충격”이라며 “항공 수요가 회복되는 연말 연휴를 앞두고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안전을 위한 조치”… 민주당 “정치적 인질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항공편 감축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예방 조치”라며 FAA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10%까지 줄이더라도 비행은 100%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셧다운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상원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공화당이 추진하는 ‘정부 재개 단기예산안’ 표결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하며, 건강보험료 지원(ACA 세금공제) 확대 등 서민 부담 완화 조치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트럼프의 혼란과 부패에 ‘NO’를 외쳤다”며 “우리에게는 원칙을 지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식량 보조금 지급하라”… 행정부 “명령 따르지 않겠다”

정치적 대립은 복지 문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로드아일랜드 연방법원은 이날 행정부에 ‘푸드스탬프(SNAP)’ 전액 지급을 명령했지만, JD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연방 판사의 명령 아래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밴스는 “민주당이 정부를 열지 않는 한 우리는 법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만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연말 여행 대란 우려

항공업계는 셧다운이 계속될 경우 추수감사절과 연말연시 여행 대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전미항공관제사협회는 “정부가 오늘 재개된다 하더라도 정상화에는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휴가철 항공편 운영에 장기적 지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감축 대상인 40개 공항에는 뉴욕 JFK·라과디아, 시카고 오헤어,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달라스 포트워스,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