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SNS
2029학년도부터 남녀 신입생 함께 선발… 총장 “공론화위 권고 수용”
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의 최종 권고안을 존중해 수용하고자 한다”며 “공학 전환 이행 시점을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으로 계획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덕여대는 2029학년도 신입생부터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학제 개편과 입시 제도 정비에 들어갈 전망이다. 학교 측은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자대학’ 교육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현 재학생이 졸업한 뒤 전환 시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여대들 가운데 공학 전환 논의는 여러 곳에서 진행돼 왔지만, 동덕여대는 그중에서도 남녀공학 전환 시점과 방향을 가장 먼저 공식화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점거 농성·래커칠 시위로 번진 갈등… 1년 만에 공학 전환 결론
이번 결정은 1년 넘게 이어진 학내 갈등의 끝에서 나왔다.
논란은 지난해 11월, 학교가 공학 전환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본격 불거졌다. 일부 재학생들은 본관과 100주년기념관 등을 점거하고, 건물 외벽과 바닥 곳곳에 ‘공학 결사반대’ 등의 문구를 래커로 칠하는 방식으로 강하게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논쟁이 격화되자 학교는 교수·직원·학생·동문 등이 참여하는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를 구성했다. 공론화위는 설문조사, 숙의 조사, 타운홀 미팅 등을 거쳐 공학 전환 여부를 검토해 왔고, 지난 12월 초 “동덕여대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것을 총장에게 권고한다”는 최종 권고안을 제출했다.
김 총장은 이 권고안을 사실상 즉각 수용하며 “향후 대학평의원회 등 관련 심의를 거쳐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공학 전환 절차에 공식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동덕여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학전환 결정에 대한 입장문
“재학생 70% 반대” vs “숙의 조사에선 찬성 우세”… 공론화 두 얼굴
이번 결정의 향배를 놓고 논란이 특히 거센 이유는, 공론화 과정의 결과가 엇갈린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공론화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재학생 약 70%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사회는 이 수치를 근거로 “정작 당사자인 재학생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공론화위가 운영한 숙의 조사와 일부 단계별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위원회는 “숙의 과정에 참여한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공학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며, 이를 근거로 최종 권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재학생 일반 여론”과 “공론화위 참여자 집단의 숙의 결과”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무엇을 더 대표성 있는 결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새롭게 불붙고 있다.
학생·동문 “당사자 의견 배제된 결정”… 학교 “절차 따라 숙의 거쳤다”
재학생과 일부 동문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당사자가 배제된 공학 전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학생 연대체인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우려와 반대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공학 전환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공론화위 설문에서 드러난 재학생 의견을 사실상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동문회 등 동문 단체도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 과정에 동문 참여가 제한적이었고, 공론화위 구성과 운영이 투명하지 않았다”며 공학 전환 방침 재검토와 공론화위 회의록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공론화위는 교수·학생·직원·동문 등이 참여한 기구로, 다양한 구성원이 숙의와 토론을 거쳐 결론을 냈다”며 “향후 설명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 등을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추가로 듣고, 공학 전환 과정에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세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덕여대 SNS
인구 절벽과 여대 경쟁력 고민… “공학 전환은 생존 전략” 논리
동덕여대가 결국 남녀공학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와 여대의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한다.
수도권 사립대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여대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둘러싼 고민이 이어져 왔다. 일부 여대는 대학원 과정이나 외국인 유학생에 한해 남학생을 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부분 공학’을 택했고, 지방 사립대 상당수는 정원 감축·학과 통폐합으로 버티고 있다.
동덕여대 역시 내부적으로 “심각한 인구 감소 속에서 대학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공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공학 전환과 함께 “대학 경쟁력 강화, 교육·연구 인프라 개선, 안전한 캠퍼스 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여대 간판을 내리는 대신, 더 큰 재정 투입과 교육 환경 개선을 약속하며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여대 정체성 지킬 것인가, 새로운 모델 만들 것인가
남녀공학 전환 결정이 여대를 둘러싼 논쟁을 곧바로 끝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여전히 “여성 고등교육의 상징이었던 여대의 정체성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성평등 교육과 안전한 캠퍼스 환경을 위한 별도 장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과 동문은 “여대를 선택했던 이유 자체가 사라졌다”며 대학 선택권 침해를 호소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생존 전략 차원에서 공학 전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덕여대의 이번 결정은 다른 여대들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의 파도 앞에서, 여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길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에 가깝다.
앞으로 4~5년,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 준비 과정에서 보여줄 정책 설계와 소통 방식이 “여대에서 공학으로 넘어가는 하나의 모델”이 될지, 혹은 “갈등만 키운 나쁜 선례”로 남을지는 학생·동문·교수·학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다음 장의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