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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집단 커닝 논란, “챗GPT 수업에서 AI 쓰지 말라?”…가르침은 2025년, 평가는 2015년에 멈췄다
  • 노승오 교육 기자
  • 등록 2025-11-09 11: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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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부정 논란, 그러나 핵심은 평가 설계
  • AI 과목에서 AI 금지? 교육목표와의 충돌
  • 감시형 비대면 시험의 구조적 한계

“챗GPT 수업에서 AI 쓰지 말라?”…가르침은 2025년, 평가는 2015년에 멈췄다


‘AI 과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정행위 논란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강의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에서 온라인 중간고사 부정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수업 규모는 약 600명. 담당 교수는 다수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며 0점 처리 방침을 알렸다. 시험은 비대면 객관식으로 치러졌고, 응시자는 화면·얼굴·손이 보이도록 영상 촬영 파일을 제출하도록 요구받았다. 그러나 일부 학생이 촬영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방식 등으로 부정행위가 이뤄졌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한 커뮤니티 설문에선 응답자 353명 중 190명이 “커닝했다”고 답했다는 수치도 공유됐다.


논점은 ‘부정’이 아니라 ‘평가 설계’다

이 사건의 본질은 “학생들이 규정을 어겼느냐”에만 있지 않다. 수업 주제가 ‘NLP와 챗GPT’인 만큼, 시험에서도 AI 활용을 전제로 한 문제 설계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점이 더 핵심적이다. 코딩 과목에서 컴파일러 사용을 금지하거나, 통계 수업에서 계산기를 빼앗는 식의 평가가 과연 교육적일까. AI가 실무 기본 도구로 자리 잡은 지금, ‘AI 사용 금지’ 중심의 감시형 시험은 현실과 괴리된 규범을 학생에게 강요한다.


2025년의 수업, 2015년의 시험

이번 시험은 원격·영상감시로 ‘부정’ 가능성을 낮추려 했지만, 결과는 감시의 한계만 확인했다. 시험 시간 동안 카메라 각도를 고정하고 손을 비추게 하는 방식은 프라이버시 우려만 키웠을 뿐, 생성형 AI의 접근성을 통제하지 못했다. AI가 손 안의 계산기가 된 시대에 “쓰지 말라”는 규칙만으론 학습 윤리를 세울 수 없다.



AI 억제가 아니라 ‘사용 역량’을 평가하자

‘AI 금지’ 대신 ‘AI를 어떻게 썼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예컨대, 

오픈북·오픈AI 평가로 전환하고, 프롬프트·출력·검증 과정 로그를 제출하게 한다.

  • 코드/리포트 출처·재현성을 채점의 절반 이상으로 반영한다.

  • 모델 한계·편향·오류 수정(디버깅) 능력을 문제의 중심에 둔다.

  • 개인·소그룹 구술(viva) 검증을 붙여 실제 이해도를 확인한다.
    이는 ‘생성물’만 보는 표면적 시험을 넘어, 과정 중심의 정직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AI 사용=부정”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넘어서

이번 논란은 ‘AI 사용=부정’이라는 구시대적 이분법이 불러온 예고된 실패다. 강의명이 말해주듯 이 과목의 학습 목표는 LLM·프롬프트 엔지니어링·평가 지표·윤리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일 터. 그렇다면 평가도 현실의 작업흐름(문제 정의 → 데이터/프롬프트 설계 → 모델 활용 → 결과 검증 → 한계 보고)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은 ‘AI를 써도 내 실력이 보이는’ 답안 구조를 배운다.


학교의 책무: 규정 강화가 아니라 규정의 업데이트

대학의 책무는 더 많은 감시 장비를 들이대는 일이 아니라, 평가 규정을 2025년 기준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AI 활용 가이드라인(허용/제한 범위, 출처 고지 방식, 로그 제출, 표절·위조 판별 절차)과 처분의 투명성이 명확해야 학생도 ‘정직하게 잘 쓰는 법’을 배운다. 이번 사안에서 학교는 사실관계·처분 기준·이의제기 절차를 공개하고, 동일 수업의 기말평가 방식 개선을 약속하는 것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부정행위 적발·0점 처리·대규모 수강 등 사건의 골자는 학교·언론 보도로 확인됐다.)


교수법이 바뀌면, 부정의 유인은 줄어든다

AI를 막을수록 더 교묘한 회피가 생긴다. 반대로 AI를 적법하게 쓰게 만들수록 부정의 유인은 줄어든다. 채점 기준이 과정·근거·비판적 해석에 맞춰지면, 답을 ‘베끼는’ 것만으로는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교수의 스타일이 바뀌는 순간, 이번 같은 소모적 논란은 재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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