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뒤 또 하나의 일터로 향하는 이들이 ‘통계’로도 확인됐다. 2025년 11월 초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본업 외 부업을 병행하는 복수 일자리 종사자(N잡러)가 약 68만 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불과 지난해 2분기에도 월평균 67만 6천 명으로 당시 최고치를 갈아치운 바 있어, 증가 흐름이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실질소득이 깎이면서 본업 소득만으로는 생활을 버티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대 초중반으로 나타나 현금의 체감가치 하락을 재확인시켰다. 이런 환경은 퇴근 후 부업 참여를 자극해 N잡러의 구조적 증가로 이어졌다.
‘N잡러’는 통계상으로는 ‘복수 일자리 종사자’로 포착된다. 조사 방식(월평균·분기 평균, 부업 정의 범위)에 따라 수치가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취업자 전체에서 N잡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약 2% 안팎으로 크지 않은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규모의 절대치보다 증가 속도가 정책·노동시장에 주는 신호가 크다는 평가다. 그리고 2014년 집계 가능 이후 최대 수준이라는 큰 흐름도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 회사의 겸업 금지 조항 때문에, 실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니, 통계보다는 훨씬 더 많은 N잡러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연령대로 보면 청년층과 4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동시에 60대 이상의 절대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파악돼, 생계형·보완형 부업이 세대별로 다른 얼굴을 띠는 양상이 확인된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복수 일자리 종사자는 총소득 기준으로 단일 일자리 종사자보다 조금 더 벌지만, 추가 근로시간까지 감안한 시간당 임금은 오히려 낮은 경향이 확인된다. ‘더 오래 일하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필요의 노동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정규·단기 고용 구조, ‘부업 병행’ 밀어올려
2025년 8월 기준 비정규직 비중 38.2%라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도 N잡 확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첫 일자리부터 단기·유연 계약이 많은 청년층은 소득 보완·커리어 탐색을 위해 부업으로 눈을 돌리는 비중이 높다.
전문가들은 부업이 가계 방어선 역할을 하는 한편, 과로·산재 사각지대·사회보험 공백 등 노동보호의 비대칭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근무시간 관리, 계약서 작성, 4대 보험·산재 적용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부업 영역에도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에는 겸업 금지 관행의 합리적 정비, 정부에는 통계의 정교화와 직업훈련·세제·사회보험의 업데이트가 요구된다. 특히 플랫폼·프리랜스 형태 부업의 계약 표준화와 소득 파악 체계는 시급한 과제다.
68만 명이라는 숫자는 개인 선택의 합이자 구조 변화의 결과다. 부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이동 중이다. 과로와 위험을 줄이는 안전장치를 갖춘다면, N잡은 소득보완·역량확장·경력전환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제도와 관행이 그 속도를 따라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