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 제공 - 스트레이 키즈와 빼빼로마케팅
빼빼로 데이는 매년 11월 11일, 막대 과자 모양이 숫자 1과 닮았다는 데서 비롯된 한국의 ‘선물 데이’다. 기원은 분분하지만, 1990년대 중반 부산 지역 여중생들이 서로에게 빼빼로를 주며 “마르고 키 크게 자라자”는 소망을 나눴다는 ‘부산 유래설’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검증되지 않은 전설에 가깝고, 정확한 시작 시점은 불확실하다는 점이 학계·언론에도 병기된다.
유통 현장에 ‘기념일’이 본격 반영된 건 1997년 전후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11월 11일을 전후해 집중 판촉을 펼치며 대중 인지도를 키웠고, 이후 학교·직장·연인 사이 ‘작은 선물의 날’로 정착했다. 국내 빼빼로 매출은 날짜 효과가 큰 편으로, 과거에는 연간 판매의 과반이 11월에 몰린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수출과 글로벌 캠페인 비중이 커지며 브랜드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1996년 지정)이자,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정부가 2006년 제정한 ‘가래떡 데이’이기도 하다. 막대형 가래떡을 나눠 먹자는 취지로, 민간의 과자 선물 문화와 나란히 자리 잡았다.

일본에선 1999년 에자키 글리코가 ‘포키&프리츠 데이’를 공식 론칭했다. 숫자 1이 과자 막대를 연상시킨다는 콘셉트는 같지만, 제조사가 명시적으로 ‘기념일’을 만들고 일본기념일협회 인정을 받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빼빼로 데이가 ‘민간 전설+기업 마케팅’으로 성장했다면, 일본은 ‘제조사 주도+공식 인증’의 색채가 강하다.
중국에서는 같은 날짜가 ‘광군제(싱글즈 데이)’ 대형 쇼핑 축제로 변모했다. 1990년대 대학가의 ‘솔로 축하’ 문화에서 출발해 2009년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대세일로 키우며 세계 최대 쇼핑일이 됐다. 오늘날 11/11은 동아시아에서 각기 다른 ‘기념일 경제’를 보여주는 상징 날짜다.
빼빼로는 이 날에 맞춰 한정 패키지, 캐릭터 굿즈, 대형 진열·옥외광고 등으로 존재감을 키운다. 연인·친구·동료에게 간단한 간식을 주고받는 문화가 핵심이며, 최근에는 해외 대도시 전광판 광고, 수출 확대 등 ‘K-스낵’의 글로벌 캠페인도 활발하다. 국내외 마케팅이 맞물리며 올해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연간 매출 2,415억 원 전망을 내놨다.
“지나친 상업주의”라는 비판은 꾸준하다. 학교 주변 과도한 판매 경쟁, 과잉 소비를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반대로 “큰 부담 없이 마음을 전하는 소소한 기념일”이라는 옹호론도 뚜렷하다. 가래떡 데이와 병행해 ‘국산 쌀 소비’로 의미를 확장하자는 제안 역시 매년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