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통령이 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하다니…멕시코 사회를 뒤흔든 사건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11-06 09:25:02
기사수정
  • 한낮 도심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폭력
  •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 대통령의 즉각 고소
  • “이 일이 대통령에게 일어났다면 다른 여성은…”

클라우디아 쉬인바움 = 멕시코 대통령실 제공

한낮 도심에서 일어난 충격의 순간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쉬인바움이 거리에서 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고 권력자가 피해자가 된 이번 사건은 멕시코 사회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지시각 11월 4일, 쉬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중심부 국립궁전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이었다. 환호 속에서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던 그때, 한 남성이 갑자기 대통령의 뒤편으로 다가와 팔을 감싸며 신체를 더듬었다. 목 부근에 입을 대려는 듯한 행동도 포착됐다. 경호원들이 즉시 제지했지만, 짧은 순간의 사건은 주변 시민과 언론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누구도 여성의 공간을 침해할 수 없다”

사건 직후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다음 날 쉬인바움 대통령은 “법적 절차를 밟겠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일이 대통령에게 일어났다면, 다른 여성들에게는 얼마나 더 자주 일어나고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여성의 신체적 공간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고 덧붙였다.

쉬인바움은 사건 이후에도 시민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열린 소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임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시작한 ‘국민과 함께 걷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호 체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비판도 잇따랐다. 공개 행사의 특성상 시민과의 접촉이 잦은 만큼, 안전 확보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클라우디아 쉬인바움 = 멕시코 대통령실 제공

여성 폭력의 현실, 다시 드러나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여성 대상 폭력의 현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 따르면 멕시코 여성의 60% 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성희롱이나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조차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여성단체들은 “이제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 리더십’과 ‘안전’의 딜레마

전문가들은 쉬인바움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에 초점을 맞춰 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경호의 공백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의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호 체계와 시민 참여형 행사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여성 인권의 분기점이 될까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고위 인사에 대한 성추행이 아니라, 멕시코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권력과 시민의 거리’라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계기다. 쉬인바움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피해자가 된 경험을 통해 다른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으며, 이는 정치적으로도 큰 상징성을 지닌다.

멕시코 언론은 이번 사건을 “대통령의 용기 있는 대응이 여성 인권 향상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묻는다. “대통령도 당하는 나라에서, 평범한 여성들은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

1
LG스마트 TV
갤럭시 북 5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