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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첫 무슬림 시장 탄생 … 맘다니(Mamdani), ‘세대교체’ 바람 타고 뉴욕 제111대 시장 당선
  • 장한님 편집장
  • 등록 2025-11-05 17:02:36
  • 수정 2025-11-05 18: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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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런 맘다니(Zohran Mamdani) 사진 출처: Dmitryshein/ 위키미디어 커먼스, CC BY 2.0






뉴욕시가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을 맞는다. 34세의 주 하원의원 조런 맘다니(Zohran Mamdani)가 5일(현지시간)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제111대 시장으로 선출됐다. 개표 시작 35분 만에 당선 확정이 발표될 만큼 압도적 흐름이 이어졌고, 그는 한 세기 만에 가장 젊은 뉴욕시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뉴욕시장선거 결과 표.png2025 뉴욕시 시장선거 결과


 

 

■ 50여 년 만의 ‘100만 표’ 이상 획득

이번 선거에는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4년 전(약 110만 명)의 두 배에 육박했다. 맘다니는 1969년 존 V. 린지 이후 처음으로 시장 선거에서 100만 표를 넘겼다. 대통령 선거에 준하는 참여 열기는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시작된 ‘세대‧이념 교체’ 흐름이 본선까지 이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 Affordability(감당할 수 있는 비용)’를 앞세운 진보 연합

맘다니는 전통적 민주당 연합을 재구성했다. 브루클린 브라운스톤 지대와 북부 맨해튼의 진보 성향 표심을 크게 얻는 한편, 퀸스·브롱크스의 남아시아계 이민자 커뮤니티(택시 기사, 작은 동내 잡화점 점주 등)와 부시윅·윌리엄스버그 등 젊은 층이 밀집한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을 두텁게 결집시켰다.
예비선거에서 약했던 흑인·라틴계 노동계층 지역에서도 본선에선 반전을 이뤘다. 브롱크스에선 11%포인트 차로 앞섰고, 브루클린 브라운스빌 등 저소득 지역에서도 두 자릿수 격차를 벌렸다. 캠프는 “임대료 동결, 빠르고 무료인 버스, 보편적 보육” 등 생활비 위기 해결을 전면에 내세워 ‘누구에게나 통하는 약속’으로 확장했다고 자평했다.

 

 



■ 쿠오모의 ‘우클릭’ 승부수, 막판 트럼프 지지에도 역부족

주요 경쟁자인 앤드루 쿠오모(Andrew M. Cuomo) 전 뉴욕주지사는 보수 유권자 흡수를 노리는 이례적 전략을 택했다. 폭스뉴스·보수 라디오에 집중 노출하고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Curtis Sliwa) 지지층을 흡수하려 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판 공개 지지까지 받아냈다. 공화 성향이 강한 스태튼아일랜드와 브루클린 남부 일부에선 우세했지만, 민주계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슬리와의 득표율은 한 자릿수(7.1%)에 그쳤다.

 

 



■ 4천만 달러 슈퍼PAC의 역풍…“부자들의 정치 공세”

쿠오모 측을 지원한 슈퍼PAC(Super Political Action Committee: 돈으로 여론을 움직이는 비공식 선거 세력)들은 총 4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해 맘다니의 ‘민주사회주의자’ 정체성과 가자지구 전쟁 입장, 경험 부족 등을 공격했다. 일부 광고는 이슬람 혐오 프레임을 노골화해 역풍을 낳았다. 맘다니는 “초부유층이 우리의 삶의 질 개선을 가로막는다”는 메시지로 대응했고, 이는 ‘부자 대 서민’ 구도로 재해석돼 오히려 지지층 결속을 강화했다. 맘다니를 지지한 워킹패밀리스당(WFP)은 민주당 예비선거 단계부터 진보 진영을 묶는 ‘빅텐트’ 구축을 주도했다.

 



 

■ 승리 연설: “이 도시는 당신의 것…임대료 동결·무료 버스·보편 보육”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극장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맘다니는 사회주의자 유진 뎁스를 인용하며 “더 나은 날의 새벽”을 언급했다. 그는 “나는 젊고, 무슬림이며, 민주사회주의자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정체성과 노선을 정면으로 천명했다.
그는 “임대료 동결, 무료 버스, 보편적 보육”을 3대 공약으로 재확인했고, 부패 문화와 악덕 집주인, 조세 회피에 맞서겠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면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단상 아래에서는 “Freeze the rent(임대료를 동결하라)”, “Make buses free(버스를 무료로)” 등 구호가 이어졌다.

 

 



■ 뉴욕의 무슬림 유권자들 “우린 종교가 아니라 정책을 봤다”

아스토리아의 한 카페에서 열린 무슬림 유권자 단체 합동 개표 파티는 당선 확정과 동시에 환호로 가득 찼다. 9·11 이후 뉴욕 무슬림 사회가 겪어온 배제와 낙인을 상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정체성’보다 ‘생활비 위기 해법’에 공감한 표심이었다. “무슬림 시장이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정책이어서 지지했다”는 반응이 이를 대변했다.

 

 



■ 시의회 구도: 민주당 우세 재확인…향후 ‘주택·예산’ 충돌 변수

같은 날 치러진 51개 시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핵심 경합지 다수를 수성·탈환하며 우세를 지켰다. 북동 퀸즈에선 공화당 비키 팔라디노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브루클린 남부·브롱크스 등 주요 지역에선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시의회는 예산‧경찰‧주택 개발을 둘러싼 시장과의 협상 창구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에서 일부 개발 인허가 권한이 시장에게 더 이양되는 안건이 통과되면서, 맘다니의 ‘주택 공급 드라이브’와 구의원 개별 이해관계 간 충돌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새 의장 선출 또한 맘다니 행정의 초반 동력을 가를 관문으로 꼽힌다.

 



 

■ 포스트-쿠오모’의 시작…뉴욕 정치의 판이 바뀌다

한때 백악관 입성까지 거론되던 67세의 쿠오모는 5개월 새 두 차례의 뼈아픈 패배로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선거 막판 ‘우클릭’ 전략과 막대한 외부 자금 의존은 중도·진보 유권자에 피로감을 안겼고, 결과적으로 ‘세대교체’ 서사를 강화하는 역설을 낳았다.
맘다니의 등장은 다양성의 확장, 생활밀착형 복지공약의 재부상 등을 의미한다. 이제 그가 뉴욕시가 직면한 과제 -주택난, 인프라 노후, 비용 상승, 교통 혼잡- 를 어떤 방식으로 세대·계층 갈등을 조정하면서도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재정 제약과 연방정부의 견제 속에서 공약을 실행 가능한 일정표로 바꾸는 능력이 ‘뉴욕시민이 사랑하고 시민에게 사랑을 주는 뉴욕시(‘the city they love finally loves them back’)라는 그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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