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불편 중 하나가 바로 ‘지도’다. 해외 어디서나 익숙하게 쓰던 구글맵이 한국에 오면 차량 내비게이션이나 도보 길찾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은 일부 제공되지만 낯선 도시를 걸어 다니거나 차로 이동하려 할 때 길 안내가 매끄럽지 않아 관광객들은 어쩔 수 없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지도 앱을 새로 깔아야 했다.
2025년 한국에서 사용한 구글맵 모습
길찾기(도보, 차량) 사용 불가
정부와 구글, 정밀 지도 반출 협의 중
이 불편의 뿌리는 법적 제약에 있다. 한국은 군사·안보상의 이유로 축척 1:5,000 이하의 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제한해 왔다. 구글이 해외 서버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한국 내 지도 데이터는 정밀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구글은 정부에 “보안시설을 가림 처리하고, 좌표 정보 노출을 제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정밀 지도 반출 허가를 요청했다. 국토지리정보원과 관계 부처는 이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관광·산업 측면에서 불편을 해소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조건부 허용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언제부터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빠르면 2026년 상반기 이후 구글맵에서 차량 내비게이션과 도보 길찾기 기능이 부분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완전히 해외와 같은 수준—실시간 교통 정보 반영, 보행자 도로 정밀 안내, 건물 진입로까지 잡아주는 서비스—으로 가려면 법·제도 정비와 기술적 보완을 거쳐 2027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글맵 전면 개방의 효과
만약 합의가 성사돼 구글맵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외국인 관광객이다.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별도 앱 설치 없이 친숙한 구글맵으로 이동할 수 있어 관광 편의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곧 관광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외국인의 체류 기간·소비 증대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국제 비즈니스 방문객이나 해외 체류 경험이 많은 한국인들에게도 편리하다. 해외에서 쓰던 동일한 앱 환경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지도 서비스가 글로벌 데이터와 더욱 긴밀히 연동돼 K-관광뿐 아니라 물류·모빌리티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보안 규제 완화
다만 보안시설 노출 방지, 데이터 서버 위치 문제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구글이 어디까지 수용할지, 또 국내 지도 산업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도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