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해리슨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 친선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미국을 상대로 원정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2-0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부터 집중력 있는 전환 플레이와 손흥민의 침투가 빛났고, 이동경이 쐐기를 박으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평가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이 북미 원정에서 선보인 전술적 성과와 선수 개개인의 역량은 앞으로의 월드컵 준비 과정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경기는 초반부터 빠른 전환으로 요동쳤다. 한국은 미국의 빌드업을 중원에서 차단한 뒤 곧장 뒷공간을 노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전반 18분, 이재성의 과감한 전진 패스가 정확히 손흥민의 발끝에 닿았다. 손흥민은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깨고 들어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그의 A매치 52번째 득점으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58골)을 향한 추격은 이제 단 6골 차다.
이어 전반 43분, 다시 손흥민이 미국 수비를 흔들었다. 빠른 돌파 끝에 볼이 흐르자, 문전으로 쇄도한 이동경이 등을 돌린 채 기발한 백힐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경기장은 술렁였고, 미국 수비진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쿠팡플레이 캡쳐
미국은 후반 들어 대거 교체를 단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발로건과 같은 공격 자원이 투입되며 측면 돌파와 크로스 빈도를 늘렸지만, 한국의 수비 블록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티모시 웨아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면서 공격 전개는 더 무뎌졌다. 한국은 후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라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상대의 힘을 소진시켰다. 결국 미국은 점유율(53.5%)에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 2개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단 4개의 슈팅 중 3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해 2골을 만들어내는 ‘최고 효율’을 보여줬다.
한국은 이날 5-4-1 가변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수비 시에는 5백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하프스페이스를 차단했고, 공격 전환 시에는 손흥민을 최전방 타깃으로 두고 단 세 번의 패스로 박스 근처까지 진입했다. 선제골 장면이 그 정석적인 예다.
핵심은 ‘더블 피벗 뒤 공간’이었다. 미국의 애덤스–벌할터 조합은 볼 탈취 이후 빠르게 리커버리하지 못했고, 그 사이 한국의 2선 미드필더들이 과감하게 전진해 손흥민의 침투 경로를 열어줬다. 미국 센터백 리임과 블랙몬은 간격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며 두 차례 치명적인 실점을 허용했다.
쿠팡플레이 캡쳐
점유율: 미국 53.5% – 한국 46.5%
슈팅: 미국 12 – 한국 4
유효슈팅: 미국 2 – 한국 3
득점 효율: 한국 67% (유효슈팅 3개 중 2골)
코너킥: 미국 5 – 한국 2
배후 공간 공략: 미국 풀백의 전진 타이밍을 집요하게 노려 두 차례 골로 연결.
전환 속도: 미국은 볼을 잃은 뒤 대응이 늦었고, 한국은 짧은 패스로 곧장 마무리.
결정력: 한국은 적은 기회를 높은 품질의 골로 바꾸는 냉정함을 보여줬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친선전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한국은 북미 원정에서 ‘전환-침투 모델’이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다시 한 번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차범근의 기록에 다가섰다.
반면 미국은 자국 월드컵을 앞두고 수비 라인 컨트롤과 중원 커버 능력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점유율과 슈팅 수에 비해 실질적 기회 창출이 부족했고, 상대 전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한국은 오는 10일 내슈빌에서 멕시코와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르며 북미 원정을 마무리한다. 미국은 같은 날 콜럼버스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두 팀 모두 본선 대비 과정에서 이번 경기의 교훈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