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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트럼프 관세 위법”… 한국, 투자 재조정 기회 잡을까?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8-31 15: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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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법원 “트럼프 관세 위법”… 대법원까지 가나
  • 10월 14일 관세 효력 만료, 한국 기업 숨통 트일까
  • 한국·日 대미 투자 약속, 재협상 카드로 부상

대통령실 제공

트럼프 ‘상호관세’에 법원 제동… 한국, 새 협상 국면 맞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법원에서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 1심에 이어 연방 항소법원도 “대통령 권한을 넘어섰다”며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들과의 협상 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법원은 오는 10월 14일까지 현행 관세를 잠정 유지하도록 했지만, 대법원까지 이어질 공방 속에 한국은 새로운 불확실성과 동시에 협상 전략을 다시 짤 기회를 동시에 맞게 됐다.


법원, IEEPA 근거 ‘상호관세’ 위법 판결

미국 연방순회 항소법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7대 4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법적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인 관세 권한을 위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5월 미국국제무역법원이 내린 1심 판결과 맥을 같이한다. 다만 항소법원은 행정부가 대법원에 상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10월 14일까지 관세 유지 조치를 허용했다. 따라서 최종 운명은 대법원 판단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관세가 사라지면 미국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며 대법원 상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존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판결의 적용 범위

이번 판결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정책에만 해당된다. 즉,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해 이미 부과된 품목별 관세(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일부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의 고민: 투자 약속과 관세 불확실성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약 3,500억 달러(약 4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방식—직접 투자, 대출, 보증 등—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이 크다.

관세 자체가 대법원에서 무효화될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수출기업들의 단기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이미 약속한 대규모 투자에 대한 명분이 약해지고, 재협상 요구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관세 환급 부담을 떠안게 될 경우, 재정적 타격을 이유로 한국에 다른 방식의 경제적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지렛대 상실, 한국의 선택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에서 중요한 무기를 잃었다고 본다. ‘관세 위협’이 흔들리면 한국, 일본, EU 등 주요 교역국들이 투자 이행을 지연하거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기존 투자 약속을 이행하며 한미 간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이 경우 외교적 마찰은 최소화할 수 있지만, 기업 부담이 크다. 둘째, 법적 환경이 달라졌음을 근거로 투자 규모·방식 조정을 요구하는 길이다. 이는 국내 산업계 보호에 도움이 되지만, 대미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의 ‘플랜 B’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무효화에 대비해 ‘플랜 B’를 꺼낼 수도 있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불공정 무역에 대응해 특정 국가에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대 15%·150일 한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즉, IEEPA 기반 상호관세보다 훨씬 제약이 큰 수단이다.


대통령실 제공

한국이 취해야 할 대응 전략

첫째, 투자 약속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투자 규모는 유지하더라도 현금성 직접 투자 대신 기술 협력, 공동 프로젝트 등으로 전환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미국이 원하는 효과를 충족시킬 수 있다.

둘째, 다자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 일본·EU 역시 같은 상황이므로, 주요 교역국과 공동 대응하면 협상력이 배가될 수 있다.

셋째, 국내 산업 보호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 관세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는 수출 보험, 긴급 금융지원, 신시장 개척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국 정치 변수 대비다.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미국 대선 국면에서 통상정책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특정 인물의 정책에 의존하기보다 제도와 법률의 흐름을 관찰하며 능동적으로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능동적인 대응 전략 필요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미국 내 법적 문제이지만,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사안이다.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이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관세 근거가 흔들리자 협상 구도가 뒤바뀌고 있다. 관세가 무효화되면 기업 부담은 줄 수 있지만, 동시에 투자 약속 이행 여부를 둘러싼 외교적 긴장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투자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다자 협력과 산업 보호를 병행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능동적 대응’이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판결은 한국에 “이제는 미국 통상정책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숙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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