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평] 팩트풀니스 : 빌 게이츠가 유퀴즈에서 추천한 바로 그 책, 우리는 잘못 알고 있다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08-30 16:49:17
기사수정


팩트풀니스: 감이 아니라 사실로 세계를 다시 본다는 것


“사람은 침팬지보다 세상을 덜 정확히 본다.” 도발적인 이 한 문장은 『팩트풀니스』가 독자에게 걸어놓는 첫 갈고리다. 책을 손에 잡으면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책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게 된다. 책이 들려주는 세계의 모습이 우리가 기억하는 세계—대체로 30년 전의 풍경—를 끝내 설득력 있게 갈아엎기 때문이다.


책의 문은 13개의 간단한 객관식 퀴즈로 열린다. “오늘날 전 세계 아동의 예방접종률은 얼마일까?” 많은 사람들이 10%나 50%를 고른다. 정답은 80%. 심지어 각국의 지도자와 엘리트조차 평균 정답률이 형편없다는 사실이 덧붙여진다. 저자 한스 로슬링은 말한다. 우리가 모자란 것은 ‘지성’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최신 감각’이라고.


낡은 세계관의 지도를 태우다

로슬링은 편견을 ‘간극(우리/그들)’, ‘부정(나쁜 뉴스만 보기)’, ‘공포’, ‘크기’, ‘단일 관점’, ‘다급함’ 등 10개의 본능으로 해부한다. 특히 “세상은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다”는 믿음을 그는 그래프로 무너뜨린다. 1965년만 해도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많고 아동 생존율이 낮은 나라들이 왼쪽 아래에, 그 반대가 오른쪽 위에 몰려 있었다. 그런데 2017년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오른쪽의 작은 사각형—적은 출생아 수와 높은 생존율—로 이동했다. “개발도상국=빈곤과 비극”이라는 오래된 문장은, 최신 데이터 앞에서 더는 설 자리가 없다.


그래프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힘

이 책이 특별한 까닭은, 숫자가 차갑지 않다는 데 있다. 로슬링은 그래프를 ‘도표’가 아니라 ‘서사’로 쓴다. 출산율이 낮아진 배경, 예방접종 확대의 의미, 교육·보건 인프라의 축적이 생활을 바꾸는 방식이 한 장 한 장 이어진다. 그래서 독자는 데이터의 침묵 속에서 삶의 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한다. ‘세계는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문장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더 정확히 붙드는 일이라는 깨달음으로 변한다.


‘사실 충실성’이라는 태도

한국어판이 번역한 ‘팩트풀니스=사실 충실성’은 책의 핵심을 정확히 겨냥한다. 직감은 빠르지만 오래된 정보와 결탁하면 위험하다. 로슬링은 “큰 수치가 보이면 비율을 보라”, “나쁜 뉴스가 쏟아질수록 추세를 확인하라”, “극단의 이야기 앞에서 중간을 찾아보라”는 식으로 읽기 쉬운 점검 습관을 제안한다. 이는 개인의 소비와 투자, 기업의 전략, 미디어 읽기, 공공정책 판단까지 두루 적용 가능한 ‘생활 기술’에 가깝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묻는다. “나는 왜 여전히 1990년대의 세계를 살고 있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최신 데이터에 접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팩트풀니스』는 그 접속선을 손에 쥐여준다.


숫자가 건네는 위로

이 책에는 인간적인 울림도 있다. 말년의 로슬링은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강연을 이어가며 이 책의 초고를 마쳤고, 출간은 아들과 며느리가 완성했다. “세상은 생각보다 덜 비극적이고, 더 복잡하며, 따라서 더 희망적이다.” 그의 작업은 냉정한 사실이 어떻게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나쁜 뉴스가 팔리는 시대에, 그는 한 발 물러서 추세선과 맥락을 보여준다. 공포가 아닌 이해, 분노가 아닌 호기심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법을 가르친다.


독서 이후의 변화

좋은 책은 독서 이후의 삶을 바꾼다. 『팩트풀니스』를 읽고 나면 뉴스 한 꼭지를 보더라도 ‘비율은? 추세는? 기준선은?’을 자동으로 묻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예방접종과 교육 통계의 힘을 재발견하고, 팀을 이끄는 리더는 단일한 사례가 아니라 전체 분포를 보려는 습관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그들”의 간극을 좁히려는 태도가 생긴다. 타인의 삶을 연민이 아니라 사실로 이해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팩트풀니스』는 세상을 낙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정확히 보라”고 요구한다. 정확함은 때로 불편하고, 때로 놀랍다. 그러나 그 정확함만이 우리를 근거 없는 공포에서 구하고, 과장된 분노 대신 유효한 행동으로 이끈다. 책장을 덮고 창밖을 보면, 같은 도시와 같은 사람들인데 색이 달라 보인다. 오래된 지도는 서랍에 넣고, 최신의 사실로 갱신된 세계로 걸어 나가고 싶어진다. 지금, 당신의 세계관은 몇 년도에 멈춰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게 만든다.

1
홈플러스 부동산
쿠팡 파트너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