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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부부 첫 동시 구속…헌정 사상 초유의 장면
  • 이동원 기자
  • 등록 2025-08-13 08: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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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영장 발부, 윤 전 대통령과 나란히 수감
  • 목걸이 진품 판명…법원 “증거인멸 우려”
  • 김건희,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SNS캡쳐

전직 대통령 부부 첫 동시 구속…헌정 사상 초유의 장면


2025년 8월 12일, 서울중앙지법 청사 앞은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공기였다.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내린 한 장의 영장 결정문이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긴 날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가 구속 수감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되는 장면이 현실이 됐다.


목걸이에서 시작된 진실 공방

사건의 흐름을 바꾼 것은 다름 아닌 한 줄의 목걸이였다.
지난해 나토 순방 당시 김 씨의 목에 걸린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는 처음엔 ‘모조품’이라 설명됐다. 그러나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제출한 자수서가 이 주장을 뒤집었다. 목걸이는 진품이었고, 특검은 이를 직접 법정에 제출했다. 김 씨의 ‘받은 적 없다’는 말은 설득력을 잃었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라는 단호한 이유를 들어 영장을 발부했다.


혐의의 무게

김건희 씨가 직면한 혐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는 2010~2012년 통정매매 등을 통해 8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있다. 정치 브로커로부터 약 2억 7천만 원 상당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알선수재 혐의까지 더해졌다. 통일교 측에서 목걸이, 가방, 농축차 등 수천만 원대의 고가 선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김 씨 측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주가조작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고가 선물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특검이 확보한 물증과 진술은 이미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냈다.


구치소행,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

영장이 발부된 직후 김건희 씨는 서울남부구치소로 이송됐다.
앞으로 최대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특검은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신병이 확보된 만큼, 수사의 속도는 빨라지고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피의자 조사 일정’을 이유로 수차례 미뤄졌던 대면조사도 이제 피할 길이 없다.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여당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야당은 “법치주의의 당연한 귀결”이라며 특검의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사회적 파장과 윤리 논쟁

이번 사안은 법정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인 논쟁을 촉발했다.
특히, 국가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가 ‘증거인멸’ 사유로 구속됐다는 사실은 권력 윤리의 본질을 묻고 있다. 단순히 법 위반 여부를 넘어서, 권력 주변인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정치 신뢰의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일깨운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구속이 향후 재판 전략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의 재판은 피고인 측의 방어권이 제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미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고, 김 씨 측은 반대로 “정치적 수사”라며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 기록이 된 하루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사례는 여러 번 있었지만, 부부가 함께 구속된 전례는 없었다. 이는 법 앞의 평등 원칙이 권력의 최정점까지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치 지도층의 윤리적 해이가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날 청사 앞을 지키던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정치인이든 그 가족이든, 잘못했으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죠. 그게 민주주의 아닙니까.”
짧지만 단호한 한마디였다. 그것이 오늘 하루의 사건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앞으로도 정치권과 법조계를 동시에 흔들 것이다.
특검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날 진실이 무엇이든,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권력의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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