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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더위, 기록적 폭염과 홍수로 드러난 기후 위기의 민낯
  • 허재은 동물 & 환경 전문기자
  • 등록 2025-07-11 16:42:20
  • 수정 2025-07-11 16: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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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유럽 6월 사상 최고 기온
  • 미국 텍사스 '500년 빈도' 홍수로 120명 이상 사망



2025년 상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극한 기상 현상이 기후 위기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유럽은 6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홍수가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낳으며 '새로운 정상'이 된 기상 이변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사진(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제공)



서유럽, 6월 사상 최악의 폭염 기록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서유럽은 2025년 6월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했다. 평균 기온은 1991-2020년 대비 2.81℃ 높은 20.49℃를 넘어섰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기온이 24.9℃까지 치솟았다.

특히 서부 지중해 해수면 온도는 27℃로, 평년보다 3.7℃ 높은 기록적 수치를 나타냈다. '더블 히트돔' 고압 정체 현상으로 낮 기온이 38℃ 이상,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 46℃ 이상을 기록하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과 건강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미국, 집중호우로 '500년 빈도' 홍수 발생


미국 역시 극한 기상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전체 6월 평균기온은 21.8℃로, 20세기 평균보다 1.6℃ 높아 131년 기록 중 7위에 해당했다. 중서부와 동북부 일대는 38℃ 이상의 열지수를 기록하며 극심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더 큰 충격은 텍사스 힐 컨트리에서 발생한 초대형 홍수였다. 7월 초 트로픽 스톰 배리의 잔류습기로 인한 집중호우가 2시간 이내 1.8조 갤런의 비를 쏟아부으며 '500년 빈도급' 플래시 홍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120명 이상이 사망하고 170명 이상이 실종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뉴멕시코 루이도소에서도 소나기성 강우로 3명이 사망하고 수십 가구가 피해를 입었으며, 전국적으로 300여 건 이상의 홍수 사례가 보고됐다.


한낮 폭염 속 광화문 광장의 시민들 모습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6월 기록적 폭염


2025년 여름, 대한민국은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으며 기후 위기의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평균기온은 22.9℃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평균 최고기온도 28.2℃에 달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전국적으로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고, 서울은 4년 연속 열대야를 겪었다. 이로 인해 5월 말부터 7월 초까지 1,200명이 넘는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고, 최소 8명이 사망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환자의 36%를 차지하며 보건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축산업도 큰 타격을 입어, 가축 폐사 수는 약 38만 마리로 전년 대비 7배 증가했고, 전북·전남 등에서는 하루에만 수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폐사했다. 한편 장마가 예년보다 빨리 시작됐지만 강수량은 부족해 폭염 완화에 실패했고, 이는 북태평양고기압 정체와 남서풍 유입 등 이상기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이상기온은 교육 현장의 방학 일정 조정과 냉방 예산 확대, 농축산물 수급 불안 등 사회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과학계 "인간 활동이 원인" 진단


코페르니쿠스와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서유럽 폭염과 미국 홍수 모두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가 만든 이상 기온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55℃ 상승한 상태이며, 특히 유럽은 가장 빠르게 온난화되는 대륙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2029년간 1.5℃ 이상 상승한 해가 나올 가능성이 80%, 평균값도 1.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70%라고 경고했다.



 

일상 속 기후 위기, 구조적 변화 불가피


과거 '100년급 폭우'나 '500년급 홍수'가 이제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 되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극한기후지수는 1980년대 대비 58% 증가한 상태다.

농업과 어업 분야에서는 재배 품종 변화와 비용 급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기존 재배 품목을 바꿔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농산물 가격의 급등과 변동성 증가로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산업에서는 수온 상승으로 어류·패류 생태계 변동이 심화되어 수급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사회 기반시설에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침수 위험 지역 거주 인구 증가, 고온 다습 환경에서의 건설·농번기 일손 부족, 냉방 에너지 수요 폭증 및 전력 부담, 인명·질환 대응 체계 강화 필요 등이 공통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 "기후 적응·완화 정책 시급"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폭염과 미국의 홍수가 개별 사건이 아닌 '글로벌 기후 위기의 전조'라고 진단했다. 한국 역시 더 이상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며,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 경제, 산업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응이 늦을수록 피해는 커져간다"며 "보험 시스템, 도시 설계, 농업 정책, 에너지 전략 등 다방면에서 기후 적응과 완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극한 기상이 '새로운 정상'이 된 현실에서 우리 사회 전반의 근본적 대응 방안 마련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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