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400조원 돌파… 퇴직연금 시장 '가속 성장'
2024년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공동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9.3조원 증가한 431.7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연속 13%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축 대신 투자… 실적배당형 비중 17.5%로 급등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축'보다는 '투자'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금 보장이 되는 예금이나 보험 상품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펀드나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액은 전년 대비 53.3% 급증했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전체 적립금 내 비중은 17.5%로 전년(12.8%)보다 크게 늘었다.
퇴직연금의 연간 평균 수익률도 4.77%를 기록해 물가 상승률이나 시중 정기예금 금리를 웃돌았다. 특히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9.96%로 원리금보장형(3.67%)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았다. 퇴직연금 제도별로 보면, IRP(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연간 수익률이 5.86%로 가장 높았다.
연금 수령 비율 57% 돌파… 노후 대비 강화 흐름
연금 수령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급을 시작한 계좌 중 13%가 연금 형태를 선택했으며,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수령액의 57%가 연금 수령으로 나타나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계좌당 평균 연금 수령액은 1억 4,694만원으로, 일시금 수령액(1,654만원)보다 9배 가까이 많았다.
전문가들 "투자 전환은 필수… 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후자금의 안정적 운용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원리금 보장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가입자를 위해 '디폴트 옵션' 제도를 도입하고, 포트폴리오 구성 지원과 사업자 간 연금이동 서비스 등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앞으로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보다 나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