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심당 DCC점에 진열되어 있는 빵의 모습

뜨거운 기름에서 태어난 튀김 소보로의 바삭한 사운드, 시루에서 피어난 과일 케이크의 달콤한 향기. 하지만 이 빵들은 단순한 '빵'이 아니다. 성심당 — 1956년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해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가 된 빵집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 시루가 만들어낸 특별한 케이크, 그 시작은?

성심당 하면 떠오르는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시루 케이크'.  딸기 시루를 처음 개발하고 출시했을 때 이름은 '스트로베리 쇼콜라'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판매가 부진했다고 한다. 이때 성심당의 김미진 이사(성심당 임영진 대표의 아내)가 이 케이크를 보고 "마치 딸기로 만든 시루떡 같으니 '딸기시루' 라고 이름을 바꾸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후 딸기시루 케이크의 인기를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딸기시루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4만9,000원에 판매되며 '케이크런'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끄며 제철과일 시리즈 시루 케이크는 성심당의 대표 메뉴가 되었다.

8월 현재는 생귤시루가 4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역시나 이 케이크를 사기 위해 기꺼이 아침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다.

생귤시루  

케이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시루라는 전통 이미지를 결합시킨 성심당의 아이디어는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성공한 비즈니스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성심당이 단순한 빵집을 넘어 '문화'가 된 이유 중 하나다.

🌅 "9시 30분인데도 이 줄은 뭔가요?"

기자가 찾은 곳은 성심당 DCC점. 본점의 긴 대기시간을 피해 선택한 곳이었지만, 오전 9시 30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대기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라운 것은 고객 대기 시스템이었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대기 시스템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빵을 만드는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오픈 키친 시스템이었다. 모든 제빵사들은 깨끗한 위생복과 위생모, 마스크를 빠짐없이 착용하고 있었고, 이는 성심당이 7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쌓아온 신뢰의 기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깨끗한 복장의 제빵사들이 한 눈에 보이는 성심당

☕ "포장도 좋지만, 여기서 바로 먹어야 진짜죠"

성심당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매장 내 카페 공간이다. 갓 만든 빵을 포장해 가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커피와 함께 즐기는 경험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복층 카페에서 내려다보이는 성심당 매장의 모습

특히 샌드위치류는 신선한 채소와 치즈가 들어가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실제로 맛본 샌드위치의 속재료들은 상당히 신선했고, 빵의 촉촉함과 재료들의 아삭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는 성심당이 단순히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식사와 경험의 공간'임을 보여준다.

💝 세상의 빵이 되고자 하는 마음

성심당 창업자인 함경남도 출신의 임길순 씨와 한순덕 씨 부부는 1950년 한국전쟁 중 흥남 철수작전으로 경상남도로 왔다가 1956년 서울로 향하던 중 열차 고장으로 대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전에 있는 대흥동성당에서 밀가루 2포대를 지원받아 찐빵 장사를 시작하면서 성심당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임 씨 부부는 ‘우리 가족이 살아 돌아간다면, 남은 인생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습니다'라고 한 기도의 약속을 지키며 현재까지도 성심당은 지역 사회와 이웃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성심당의 창업 스토리는 한 기업의 성공담 넘어선 감동 스토리이다. 그래서인지 고객들을 이러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성심당을 더욱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을 감수하는지도 모르겠다.

🇰🇷 광복 80주년, 빵으로 나누는 역사의식

8월에 방문한 기자가 발견한 특별한 빵이 있었다. 바로 '광복절빵'이었다. 한국조폐공사와 성심당이 공동 개발한 이 광복절빵은 7월 4일부터 8월 17일까지 한정 판매되며, 판매 수익금 일부를 지역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동으로 후원한다고 한다.

성심당의 광복절빵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

판매수익금 일부는 연내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눌 예정이라는 내용을 보면, 성심당이 빵 하나에도 사회적 가치를 담으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이 가격이 맞나요?" 착한 가격의 비밀

성심당을 직접 경험해본 가장 큰 놀라움 중 하나는 가격이었다. 이 정도 품질의 빵과 케이크, 그리고 서비스를 생각하면 가격이 정말 착하다. 튀김 소보로부터 시작해 다양한 빵들이 모두 합리적인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성심당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연결된다.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부담 없이 좋은 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철학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성심당이 왜 70년 가까이 사랑받아 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빵 하나로 만드는 문화, 그 이름은 성심당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된 성심당이 대전의 문화가 되었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빵이 아니라 사람들을 이어주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역사의식까지 담아내는 빵을 만드는 곳.

성심당에서 빵을 사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다. 70년 전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된 작은 찐빵집이 어떻게 대전을 넘어 전국적인 사랑을 받는 문화 공간이 되었는지, 그 답은 성심당의 빵 한 개 한 개에 담긴 진심에서 찾을 수 있다.